아스트로라브의 여신들 by 迪倫

마라게 천문대의 밤의 뒷부분 원사(元史)에서 인용한 올속도아랄부 즉 아스트로라브의 기사를 다시 설명드립니다.
兀速都兒剌不,定漢言,晝夜時刻之器。其制以銅如圓鏡而可掛,面刻十二辰位、晝夜時刻,上加銅條綴其中,可以圓轉。銅條兩端,各屈其首為二竅以對望,晝則視日影,夜則窺星辰,以定時刻,以測休咎。背嵌鏡片,三面刻其圖凡七,以辨東西南北日影長短之不同、星辰向背之有異,故各異其圖,以畫天地之變焉。
아스트로라브, 중국어로 하면 주야시각장치. 구리로 둥근 거울처럼 만들어 걸게 되어있다. 표면에는 12 별자리, 주야의 시각을 세기고, 위에 구리제의 막대를 더하여 가운데 꿰어 원을 돌릴 수 있게 되어있다. 구리제 막대는 양쪽 끝에 각각 구부러져서 그 머리에 두 끝을 맞춰 멀리 보는 조준을 할 수 있으며, 낮에는 해 그림자를 볼 수 있게 되어있고 밤에는 별을 관측할 수 있다. 시각을 알 수 있어서 흉하고 길한 것을 잴 수 있다. 뒷면에는 거울조각을 끼워넣었고 3면각에 그림 모두 7개를 새겨넣었으며, 동서남북 해그림자의 같지않음과 별들의 방위가 다름이 있음을 분별함으로써 그래서 그 그림을 각각 다르게 하여 천지의 변화를 구분한다.


호오, 번역을 제가 엉망으로 하긴 했지만 이게 도대체 무엇인가요?

실은 그리스에서 탄생하여 이슬람에서 꽃을 피운 망원경 이전 최고의 천체관측장치가 바로 이 아스트로라브입니다. (아스트롤라베, 아스트롤라브 등으로도 표기되는데 저는 아스트로라브로 표기하겠니다) 원사 천문지의 설명에 의하면 시간도 재고 해달 별의 움직임도 관측할 수 있다고 했는데, 실은 이것 거의 아날로그 컴퓨터라고 설명을 드려야 합니다.


이 이미지는 14세기 무렵 스페인에서 만들어진 상당히 표준형의 아스트로라브입니다.

앞의 포스팅에서 보여드렸던 나시르 알 투시의 마라게 천문대 그림에 보면 가운데 위에 둥근 원반이 걸려있습니다.

예, 이게 바로 아스트로라브입니다.

이 장치는 다른 천문장치들처럼 대형의 고정된 장치가 아니라, 누구나 사용법을 알면 그냥 손에 들고 하늘을 바라만 보면 날짜, 시간과 방위와 별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에에? 이 원반 하나로 그게 가능하다굽쇼? 잠깐만 우선 얘기를 들어보십시오.

아스트로라브는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고대 그리스가 기원입니다. 그리스어 ἀστρολάβος (아스트로라보스)가 어원인데 별이라는 의미의 ἄστρον (아스트론)과 가지다라는 의미의 λαμβάνω (람바노)의 조어입니다.
대략 기원전 1-2세기에 처음으로 등장했다고는 하지만 실제 어느 정도 기능을 갖춘 모습은 아마도 기원후 2세기 프톨레미 즈음에 갖춰졌다고 합니다. 구조는 원래 기본적으로 성반(星盤)이라고 부르는 별자리표와 디옵트라(dioptra)라는 고도를 측정하는 장치를 결합한 것입니다만, 4세기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보다 정밀한 아스트로라브가 체계가 갖추어진 다음, 8세기경 페르시아에 전해져서 13세기까지 천문학적 용도로 완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위의 이미지는 요즘도 서점 과학섹션에서 판매되는 별자리 성반입니다. 저도 학생때부터 아끼며 사용하던 성반이 하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디옵트라는 장치입니다. 각도계로 고도를 측정하는 측량기구입니다. 하지만 성반과 디옵트라를 결합한 아스트로라브는 완전히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가 됩니다.

일부 문헌에는 4세기 동로마제국 알렉산드리아의 히파티아라는 여성 과학자를 아스트로라브의 발명가로 언급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 아스트로라브란 한명이 만들어낸 것이라기 보다 오랜 기간 점차 발전해온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만, 히파티아라는 과학자가 실제 아스트로라브가 그 본격적인 천문 관측장치로서 기능하도록 획기적인 개선을 만들어낸 사람이라고 보는 것은 상당히 정당한 평가일거라고 생각합니다.

히파티아는 아버지가 테온이라는 당시 알렉산드리아 대학의 저명한 학자여서 어릴적부터 철학, 수학, 천문학을 공부하여 훗날 자신이 알렉산드리아의 저명한 스승으로 수많은 학자들을 키워냈으며, 아마도 알렉산드리아에 전해지던 유클리드의 기하원론과 프톨레미의 알마게스트의 잔존본을 재편집하고 편찬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플라톤주의 계통의 대학자입니다. 굳이 여성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은데, 그의 제자 중의 한명인 시네시우스의 서간에 그가 히파티아로부터 아스트로브를 만드는 법을 배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기록한 것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히파티아 자신의 기록이 전해지지않는 것은 실은 그가 대단히 불행하게 죽음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415년 알렉산드리아 주교를 반대하던 파와 가까웠던 그를 기독교 폭도들이 이교도라고 공격하며 습격하여서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저술들이 대부분 파괴되고 사라져서 히파티아에 대한 사실은 그의 아버지 테온의 저술이나 그의 제자들이 남긴 기록에서 유추를 할 뿐입니다. 히파티아의 죽음은 로마제국 내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고 이후 유럽에서 거의 기독교 성인에 가까운 대접을 받으며 지성의 이상형으로 평가되어 오면서 지속적으로 때로는 반카톨릭의 심벌, 때로는 지성의 심벌로 연극, 그림 등의 주제로 다뤄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 유일하게 그려진 여성 학자가 바로 히파티아입니다.(가운데 흰 가운의 여성입니다)


아무튼 동로마제국 내의 지식인 내부에서 보다 정교해진 아스트로라브는 이후 이슬람 세계로 전파됩니다. 8세기에 처음 도입이 된 아스트로라브는 이슬람 천문학자들과 장인들의 거치면서 기능을 보강하면서 완전히 천문장치로서 정착됩니다.

이들 중에 마리암 알 아스트룰라비 또는 알 이즈리야 빈트 알 이즈리 알 아스투르라비라는 이름의 10세기 지금 시리아 알레포의 아스트로라브 제작자가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아스트로라브를 만드는 장인이었던 마리암 알 아스트룰라비는 일찍부터 아스트로라브 제작을 배워 당시 알레포를 다스리던 사이프 알다와라 에미리트 수장에게 발탁되어 혁신적인 아스트로라브를 제작하였다고 합니다.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과 이슬람세계쪽의 경계에 있던 곳이 북시리아 알레포 지역이라서 아스트로라브의 전래에 대해 의미심장한 지역입니다.)


이 아스트로라브는 13세기 초반 현재 가장 완벽한 형태로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페르시아제 아스트로라브입니다. 아마도 미리암 알 아스트룰라비의 혁신적 개량이 적용된 전형적인 이슬람식 아스트로라브일 것 같습니다.

전근대의 천문학이란 기본적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통치자나 종교권력의 권위와 정당성에 연결이 되어있어서 실은 등장인물이 99.99% 남성입니다. 아스트로라브에 연결된 이 두명의 여성 과학자들 외에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전체 맥락의 과정을 보지않고 오직 남성만이 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결론을 내리면 절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록 구체적인 내용이 더 자세하게 전해지지않을지라도 이름이라도 남은 사람은 찾아서 기억하고 더 연구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반쪽이 아닌 전체 "인간"의 역사를 더 포괄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리하여, 아스트로라브는 이 한장의 원반 앞뒤로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중세 이슬람의 천문학 수학이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3차원의 구면을 2차원 평면으로 투영하였다는 점입니다. 그 구조에 대해서 다음 포스팅에서 정말 자세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 아스트로라브의 어원은 윅셔너리의 어원을 참고했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에 의하면 복합어의 경우 각각 표기법을 적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스트로와 라브를 구분해서 아스트롤라브라고 하지 않고 저는 아스트로라브라고 표기를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e의 음가를 살려 아스트롤라베라고 하는 것은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히파티아의 제자 시네시우스의 아스트로라베에 대한 서간문 본문은 http://www.livius.org/sources/content/synesius/synesius-on-an-astrolabe/ 에 영역본이 있습니다.
**히파티아와 마리암 알 아스트룰라비에 대한 내용은 위키피디아와 초기 아스트로라브에 관련된 웹사이트들, 이슬람 과학 특히 여성 이슬람 과학자에 대한 웹사이트의 대동소이한 내용을 종합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https://www.whyislam.org/muslim-heritage/astrolabes-and-early-islam-mariam-al-astrolabiya-al-ijliya/
**히파티아를 주제로 한 최근의 작품은 2009년에 릴리즈된 영화 "아고라"가 있습니다. 히파티아의 죽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연휴 주말이 끝나서 내일부터는 다시 회사원모드로 돌아가야 합니다. 다음 편은 가급적 너무 늦지않게 올리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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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밥과술 2018/01/16 15:24 # 답글

    킹목사님 덕에 연짱으로 재밌는 글을 읽게 되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제가 호기심이 나는게 이 아스트로라브의 목적을 休咎를 재는(測)거라고 되어있는 대목입니다.

    1. 과학자들도 길흉을 가름하는 점을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하기위하여 이런 노력을 함. 모든 노력은 조정과 황제의 앞으로의 운세를 알아내는데 집중됨
    2. 과학자들은 신문물을 들여다 천체의 운행을 더 정확하게 알고 싶은 순수한 학문적인 호기심과 동기에서 연구를 하지만, '니네 그딴거 연구해서 뭐하려고? 어디다 쓰려고?' 이런 상부의 물음에 '이걸 알면 천지의 운행을 알아 길흉을 알아내는게 더 정확해 집니다' 이렇게 실드를 쳐서 예산을 따거나 방해받지 않으려고.
    3. 休咎라는 단어가 옛고전에 쓰이던 길흉, 선악 이런 뜻에서 나아가 음양, 색공, 유무 등 콘트라스트로 대비되는 만물의 이치를 가르킨 것은 아닌지.

    저는 혼자 상상에 2번이 아니었나 상상해 봅니다만.

    잘 읽고갑니다.
  • 迪倫 2018/01/22 11:19 #

    하하하 2번이 갑자기 설득력이 있어집니다. 아무리 고대나 전근대 시대라고 하더라도 좋아서 혹은 궁금해서라는 요인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늘에서 길흉을 정해준다고 벌벌 떠는것은 모든 역사 내내 과학자가 아니라 통치자, 권위자 뭐 그런 사람들이었으니까요.
    다음편 조만간 올려보겠습니다.
  • 남중생 2018/01/22 12:42 #

    오오, 저도 사실 길흉 부분이 좀 궁금하긴 했습니다. 한자 단어도 생소해서 찾아봤고요.
    저도 2번에 걸어봅니다.ㅎㅎ
  • 빛의제일 2018/01/16 22:18 # 답글

    직장이 4~5년 지나면 개교백주년인지라 자료실, 과학실에 가면 뭐랄까 별자리성반도 디옵트도 다 있습니다.
    근무의욕을 발휘하여 이번 시리즈를 읽어야겠습니다. ^^
    페르시아제 아스트로라브는 일단 되게 예뻐 보입니다. ^^;;
    히파티아는 억울하게 죽은 여성수학자로만 알았는데, 덕분에 좀 더 자세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 迪倫 2018/01/22 11:21 #

    오덕 선생님! 과학실을 탈탈 털어주십시오! ㅎㅎㅎㅎ
    아스트로라브 이야기는 계속 진행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남중생 2018/01/21 19:29 # 답글

    영화 아고라에서는 히파티아가 뛰어난 천문학자기도 했고 타원에 관련된 연구를 한 수학자였다는 점에 착안해서 태양계 행성의 공전궤도가 완전한 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이라는 것을 밝혀냈...으나 기독교 세력에게 죽음을 당해서 그 지식을 전하지 못하고, 인류의 과학수준은 후퇴했다는 가상의 설정으로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기독교인을 저렇게 반달리즘 세력으로 그려야할 필요가 있을지.
    로마시대에 무조건 "박해받는 크리스천"만 있었던게 아니라는 건 참신했지만 그래도 과해보였어요.
    히파티아가 반지성/반카톨릭의 상징으로 차용된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소위 "반-개독"의 상징으로 쓰인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역사적 욕배틀은 찰지게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이교도: 너네 목수장이 신은 뭐하신다냐?
    기독교도: 네놈 관짝 만들고 계신다.
  • 迪倫 2018/01/22 11:26 #

    공전궤도가 타원형이라는 것을 발견해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한 설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대의 과학이 엄청난 레벨이었는데 잃어버렸다는 것 자체가 음모론의 기본 설정이니까요.
    기독교인을 반달리즘 세력으로 그린 것은 최근의 유럽내 '정치적으로 올바른' 지식인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영화도 그런 시대적 맥락을 같이 고려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결국 히파티아같은 사람의 평가는 언제나 그 시대적 정치적 맥락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하는 거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아, 목수장이 신이 제발 그 이름 팔아서 남을 울게하는 이들 관짝 짜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 2018/01/22 16:0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1/23 11:1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역사관심 2018/02/05 04:32 # 답글

    뒤늦게 몰아서 읽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적륜님 글은 새글알림에 뜰때도 있고 안뜰때도 있고 랜덤하게;;). 이런 내용을 읽고 있다가 작금의 시리아발 뉴스를 보고 있으면 페르시아라는 국가와 전혀 매치가 안되는 인식의 단절이 생기곤 합니다 (이집트등 그런 예는 허다합니다만).
  • 迪倫 2018/02/05 12:24 #

    실은 한국의 아랍세계 정보는 미국을 통해 알려지는게 대부분이라 지금의 이란에 대해 아무래도 서구권 필터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저도 워낙 잘 몰라서 최근에 새로 공부 중입니다. 마침 주위에 이란계 미국인들이 좀 있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보는데 생각하던거랑 좀 많이 달라서 호오! 하고 있는 중입니다.
  • 역사관심 2018/02/05 12:34 #

    오 그렇군요. 언젠가 그런 이야기도 기회가 되면 한번 듣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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