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알아두면 나쁘지 않을 천문의 비밀...까지는 아닙니다 헤헤 by 迪倫

우주와 인간의 끈을 그리도 끊기 어려워...에서 원래 예고했던 진도를 나가기 전에 여기서 잠시 몇가지 용어를 설명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뭐 혹시 질문이 있으면 대답드리겠다고 했는데 별로 호응은 없고 대신 제가 포스팅을 쓰면서 다시 확인해보거나 정리한 내용 중에 그럭저럭 알아두면 쓸모는 없지만 재미는 있을만한 꺼리를 좀 모아 올립니다.

1. 유세차 정유년 정월 초팔일....
유세차(維歲次)라는 표현은 제사와 같은 전통 의례에서 정말 많이 쓰는 표현입니다. 유(維)는 여기서 발어사(發語辭)로 이제 말을 시작한다는 정도의 딱히 의미없는 표현입니다. 세차는 '올해의 차례'는 이라는 의미입니다.
원래 세차 앞에는 연호가 들어가고 세차 뒤에는 갑자표기 연과 월일이 따릅니다. 지난번 소개해드린 1837년 시헌력 달력의 표제가 "大淸道光十七年歲次丁酉時憲書"이었는데 여기서 연호 대청 도광17년, 다음에 "세차" 그리고 정유년이 나온 것과 같습니다. 정조가 실시한 시헌력 이전에는 명나라 연호가 들어갔었고, 고종이 청과의 종속관계를 청산한 후에는 "광무몇년 세차 모년 시헌력"처럼 표제가 바뀌었습니다.

아, 근거는 명확하지 않지만 원래 "유 만력(명나라 연호)48년 세차 경신년 모월 모일..."하고 시작하던 것을 청에 복속한 후 제사를 지낼때 청나라 연호를 부를 수 없다고 유 다음에 세차 사이의 연호를 아예 누락시켜버린 관행이 점차 굳어져서 그냥 이제 '유세차'라고만 한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2. 세(歲)와 년(年)
둘 다 한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원래 의미 상으로는 조금 다른 시간을 지칭한다고 합니다. 한번 생각해볼까요. 한 해를 정하는 기준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고대의 사람들이 시간의 주기성을 발견한 것은 두가지의 움직임이 반복된다는 것을 인식했을때부터 입니다. 하나는 태양을 통해 계절이 반복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이 반복된다는 것이죠.

태양이 매일 조금씩 뜨는 자리가 바뀌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법칙성을 바탕으로 보통 춘분에서 다음 춘분까지를 한 해로 잡은 것이 태양력이고 이것이 세(歲)라고 합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지구가 태양을 한바퀴 도는 시간이 평균 365.2422일 입니다.

또 달리 발견한 패턴은 달이 12번 차고 지면 계절이 돌아오더라는 것이죠. 이 1년을 년(年)이라고 합니다. 이 1년은 12번의 삭망 주기로 구성되는데, 삭(朔)이 이 주기의 첫날이고 망(望)은 달이 완전 꽉 차는 중간 날짜 보름이고, 다시 줄어들어 삭이 되면 한달이죠. 이 달의 주기는 29.27 에서 29.84 일 사이이고 평균 29.53일 입니다. 12번 달이 차고 기울면 평균값 기준 354.36일이 됩니다.

전통적 농업, 혹은 유목 사회에서는 이 달의 1년과 해의 1년이 모두 실제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주기라서 이 둘을 기준으로 달력이 생겨납니다.

3. 달의 달력- 회회력
달이 12번 차고 기울어 지는 것만 기준으로 달력을 만든 것이 회회력 또는 이슬람력입니다. 세종대에 조선은 처음으로 자체 관측값을 처리해서 상수값으로 정해서 달력을 계산하여 만들 수 있는 자력 능력이 확립됩니다. 그 이전은 중국에서 전래된 달력을 추정 적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아, 조선의 후진성의 증거가 아닙니다. 15세기에 이 정도를 할 수 있는 국가는 전 지구상에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정리하여 편찬한 것이 칠정산내외편이라는 국사책에 나오는 업적입니다. 칠정산이 이름의 칠정 즉 일월오행성을 추산한 달력계산법의 이름이고 내편과 외편 각각 별개의 두 계산법을 종종 묶어서 내외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중에 외편이 회회력을 기준으로 조선 현지 관측값을 적용한 것입니다. 이 외편의 베이스가 된 회회력은 명나라때의 회회력경통경(回回曆經通經)이라는 책과 가령역서(假令曆書)라는 책입니다. 명나라는 건국 초기부터 회회인 즉 이슬람인들이 정권 수립에도 참여를 하였고 주요 국정운영 세력으로 활동을 했었습니다. (예전에 중국 유대인에 대해 설명할때 유대인들이 이슬람인의 일파로 분류된 것에 대해 얘기드린 적이 있습니다. 여기 클릭)

11세기의 페르시아 천문학자 쿠샤르 길라니(Abul-Hasan Kūshyār ibn Labbān ibn Bashahri Gilani, 971–1029)의 책이 원나라때에 처음으로 중국에 전달되어서 전해지다가 명나라 홍무 15년 1382년 중국어로 번역이 됩니다. 이 책을 통해 황도 좌표계가 처음으로 중국에 도입되고 정리되었다가 조선에도 전해지면서 세종대인 1442년에 칠정산 외편으로 보정, 정리되어 소화를 해낸 것입니다.

이슬람 달력은 거의 순전히 달의 움직임만을 따른다고 보셔도 됩니다. 그래서 달의 일년과 해의 일년 사이의 차이를 조정하는 윤달/윤년 방식이 많이 다릅니다. 매달은 29일(짝수달)과 30일(1,3...11월의 홀수달)이 교대로 지나고 1년이 354일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쓰는 365일의 그레고리력과 비교하면 매년 11일씩 밀리게됩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태양의 움직임을 따르는 24절기와는 무관한 달력이 되었습니다. 거기다 354일로 1년을 잡으면 0.35일(대략 11/30)이 다시 남게되죠. 이 남는 우수리를 조정하기 위해 30년 주기로 매 2, 5, 7, 10, 13, 16, 18, 21, 24, 26, 29년에 하루씩 11번을 더하여서 355일이 되도록 조정하여 처리하여 줍니다. 이렇게 하면 달의 움직임에는 거의 2500년에 하루 정도 차이가 날 정도로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고 합니다.

동아시아에서 회회력은 그 자체가 공식 달력으로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워낙 달의 움직임에 대해 포커스를 맞춘 달력 방식이라 일월식의 추산에 대단히 중요한 소스여서 관상감같은 기관에서 중요하게 학습, 전승해온 달력입니다.

참고로 회회력은 기원 622년 히즈라라고 부르는 마호멧이 메카에서 메디나로 옮긴 사건이 일어난 해가 기점입니다. 그래서 AH라고 연도를 구분하고 AD 201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는 AH 1438년이라고 합니다.

4. 또다른 이슬람 전통 달력 - 수시력/대통력
조선 세종대에 실제 공식적으로 실시된 달력은 칠정산의 내편의 베이스는 수시력(授時曆)이라는 원나라대에 만들어진 달력입니다. 이 수시력이 이후 시헌력이 반포될때까지 사용된 달력인데, 이 달력 역시 베이스는 전통적 중국 달력과 이때 전해진 이슬람 달력입니다. 그래서 이 달력은 해(歲)와 달(年)을 모두 고려한 태양태음력입니다. 수시력의 1년은 365.2425일이라 현재 그레고리력과 1년에 차이가 0.00031 일 차이가 납니다. 한 달은 29.53059 일로 현재 달력보다 0.000004일 정도 차이가 납니다. 이 정도면 3225년이 지나야 태양의 기점에 그래고리력과 하루 차이가 날 정도입니다. 수시력은 명나라때 약간 관측 수치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대통력(大統曆)이라는 이름으로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내용상으로는 기본적으로 같다고 해도 됩니다.

5. 시헌력의 시간 구조
수시력(대통력)까지의 동아시아 달력은 하루를 100각(刻)으로 나눴습니다. 그런 표현 있지않습니까, '일각이 여삼추인데' 운운하는. 바로 1각이 마치 가을이 3번 즉 3년이 지나는 것 같다 뭐 그런 표현인데. 보통 15분을 1각으로 해설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각 = 15분은 시헌력이 도입되면서 새로 정해진 단위이고, 그 이전 수시력까지는 12시 = 100각을 하루 단위로 했습니다. 그런데 100은 12로 떨어지지 않는 숫자이니 실은 100각 단위의 1각은 대각과 소각으로 이원화되어있었습니다.
자, 하루는 12시로 나눕니다. 시간은 많이 들어보셨듯이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순으로 지금 2시간 단위입니다.

자시(子時)를 예로 설명하겠습니다. 자시는 지금 저녁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의 두시간 기간입니다. 각 시간은 앞의 1시간과 뒤의 1시간을 초(初)와 정(正)으로 나눕니다. 그럼 11시부터 12시까지는 자초(子初) 12시부터 1시까지는 자정(子正)이라고 합니다. 지금 12:00을 자정이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실제 시간은 하루 24시간인 셈입니다.

그런 다음 100각을 24로 나누면 매 시간의 정과 초에 4와 1/6씩 배분됩니다. 4각은 대각(大刻)이라하고 떨어지지 않는 1/6각은 소각(小刻)이라고 합니다. 1각(대각)은 12로 나눠서 12분으로 정합니다. 그럼 1 소각은 1/6이니까 2분이 됩니다. 그런 다음 매시의 앞의 한 시간 초는 초초각(12분), 초1각(12분), 초2각(12분), 초3각(12분), 초4각(2분), 다음 뒤의 한시간 정은 정초각(12분), 정1각(12분), 정2각(12분), 정3각(12분), 정4각(2분)으로 배분합니다. 뮁미?... 스럽죠....

그런데 시헌력이 도입되면서 서양 천문학 베이스의 시간 단위로 하루 96각이 적용됩니다. 100은 동아시아 철학에서 완전한 수 10의 10배이니 철학적으로 보기에는 완전 퍼펙트스럽지만 정작 시간 단위로는 너무나 복잡하고 각의 길이가 대각 소각으로 나눈다는 것부터가 무리가 있었습니다. 96각 자체는 3과 2의 5승으로 나눠지는데 시간을 나누는데 딱 떨어집니다. 이제 1각은 대각, 소각 없이 정확히 균일한 15분입니다. 각 1각은 15분으로 나눕니다. 각 초와 정시는 4각으로 나눠집니다. 자시의 예를 들면 11:00는 자초초각, 11:15는 자초1각, 11:30은 자초2각, 11:45분 자초3각, 12:00는 자정초초각, 12:15는 자정1각, 12:30는 자정2각, 12:45는 자정3각입니다. 그런다음 각 사이의 분수를 뒤에 붙입니다. 예를 들어 12:47분은 자정3각2분입니다.
솔직히 지금 현대 우리가 쓰는 24시간 60분과 정확히 같은 시간을 표시할 수 있습니다. 시헌력의 도입을 통해 이 달력의 시간이 중요해졌고 이를 계측하기 위한 장비가 바로 조선 후기에 도입된 자명종이었습니다. (여기 클릭)

6. 시헌력과 그레고리력
시헌력은 그레고리력의 방식을 중국 달력법에 적용하여 시간 체계처럼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한 달력입니다만, 그렇지만 그레고리력은 아닙니다. 시현력은 여전히 해와 달의 1년을 모두 고려하는 태양태음력이지만 그레고리력은 태양력입니다. 그래서 그레고리력은 이슬람력이 해를 고려하지않는 것처럼 달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대신 태양 주기가 365일을 세고 난 후에 일년에 0.2422일이 남으니 4년에 하루를 더해서 윤년을 삼아서 태양주기만 맞춰주는 것입니다. 시헌력은 태양주기인 24절기를 기존의 달력에 제대로 계산 반영시킨 것이지요. 대신 달과 태양을 모두 고려하다보니 아예 한달을 윤달로 넣어주어 보정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불규칙해지고 복잡해지니 아무래도 더이상 달에 영향을 받지않는 현대에는 안맞게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사를 지내거나 사주를 보거나 점을 치는 경우에는 여전히 음력 즉 시헌력의 일자 시각 방위가 중요하니 중요시 여기고는 있습니다만, 반대로 18세기 이전에는 수시력이나 대통력으로 날짜를 셌으니 그럼 그 '사고체계'의 달력 밑에 있는 기준도 하나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해온 가변적인 것이죠. 조선초기 선조에 대한 제사는 제삿밥 드시러 오실라면 수시력으로 제사를 지내야하는가 같은 문제가 생기는데.... 뭐 엄청나게 그런 의례와 절기에 우주의 진리라는 근거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7. 세차운동
그래서 달력뿐 아니라 그런 체계의 기준이 되는 우주 역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번에 보여드린 고구려의 천문도를 조선초기에 다시 복각하였다는 천상열차분야지도의 황도 12궁을 한번 생각해봅시다. 고대에 천문 점성술이 처음 체계화되던 당시 춘분점 즉 적도와 황도가 마주치는 지점은 Aries 즉 백양궁(양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구는 세차운동이라는 것을 합니다. 이게 뭐냐면 팽이를 돌리면 조금 지나면 약간 비틀거리면서 축이 뱅글 돌게되죠. 지구 역시 이렇게 비틀거리는 운동을 합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춘분점이 해당하는 별자리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움직여서 지금은 춘분점이 쌍어궁 즉 Pisces(물고기자리)에 있습니다. 이 황도 상의 이동은 대체로 한 26,000년 지나면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큰 주기를 보인다고 합니다.

1720년 10월 26일 베이징 천주당 남당을 찾은 30살의 젊은 조선청년 이기지(李器之:1690∼1722)는 바로 시헌력 제3차 패치의 주인공 대법(戴法)의 대진현(戴進賢) 즉 쾨글러를 만납니다. 이 자리에서 궁금하였던 천문에 대한 Q&A 시간을 가지는데 그 중에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28수(宿: 동아시아의 별자리)는 점점 도수가 옮겨지고 있습니다. 송나라때 사람들이 천문을 살펴보고 말하기를 '허수와 위수 사이가 자(子)의 정중이고, 장수 3도가 오(午)의 정중이 된다'라고 하였으니, 별자리가 옛날에 비해 이미 동쪽으로 옮겨갔습니다. 지금은 위수의 3-4도가 자의 정중이 됩니다. 그렇다면 수천년 후에는 28수의 위치가 모두 바뀌게 되는 것입니까?"라고 하자 대진현이 답하였다. "28수는 황도를 따라서 매년 동쪽으로 51초씩 이동합니다. 송나라때부터 지금까지는 세월이 오래 흘렀기 때문에 자연히 이전에 비하여 조금 멀어진 것입니다." 이이명이 다시 묻습니다. "상고시대부터 12방위에 28수를 배치하여 그 신의 이름을 정하였습니다. 자는 쥐, 축은 소와 같은 것이 그러합니다. 12방위는 옮겨지지 않는데 28수가 점점 옮겨간다면 12신의 이름도 이에 따라 변경해야 하는 것입니까?'라고 하자 대진현이 대답하기를 "상고 이래로 간지(干支)는 시진(時辰)과 짝하였습니다. 12궁의 이름은 일정하고 옮겨가지 않기에 자는 쥐, 축은 소로 이름을 삼은 것이지 결코 별자리로 기준을 삼은 것이 아닙니다."

이기지는 세차운동으로 인해 근간이 되는 하늘의 별자리 위치가 점차 변경되는 것이 하늘의 이치라면 이에 기반한 길흉화복의 신의 위치란 것 자체가 그럼 의미가 없는 것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쾨글러는 이에 어차피 그건 라벨을 붙여놓은 것이니 의미가 없다고 봐야한다는 대답을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이후에 이기지는 좀더 집요하게 자(子 즉 정북쪽)이 쥐가 된 것은 이러저러한 이유이고 어쩌고 하면서 "분야에 따라 점을 침에 있어서 여전히 옛날 것에 의하여 변치말아야 하는지 아니면 오늘날의 옮겨 들어간 별자리로 점을 쳐야 하는 것인지" 명쾌한 대답을 듣기위해 물고 늘어지는데 실은 이기지는 더 명확한 대답을 못얻어 좀 실망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이기지에 대해서는 1720년 베이징, 조선청년의 어떤 만남.을 참고하세요.

8. 우주관
동아시아에서는 기본적으로 우주를 처음에는 개천(蓋天) 즉 하늘 뚜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뚜껑에 별이 붙어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점차 생각이 좀 발전하자 이제는 혼천(渾天)이라고 하여 땅은 가운데 있고 하늘이 둘러싸고 있으며 이 하늘은 7정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슬람을 통해서 또는 서양을 통해서 하늘이 여러겹이고 그 안에 일월5행성이 돌고있다는 생각들이 전해지자 여러가지로 복잡한 고민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게다가 나중에 해가 원형이 아닌 중심에서 벗어난 궤도 즉 타원형 궤도를 돈다는 것까지 알려지고 그게 추산을 통해 맞아떨어지자 지식인층은 상당히 당황하여 이에 대한 해답을 나름대로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의 경우 중국과 조선은 예수회의 공식적 입장도 있고 늦게 전달이 되었으며 역법 계산에는 아예 도입도 안되었었고, 일본 역시 네덜란드를 통해 전해지기는 했지만 당시 일본 천문학의 수준으로 이를 이해하는 것은 요원했습니다. 결국 길흉화복과 무관한 역학적 메카니즘으로서의 우주관은 19세기 후반 그냥 임플란트 방식으로 끼워넣어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전의 천문 노하우는 길흉화복 예측과 해석의 수단으로 기능을 잃고 미신으로 전락해버린 것 뿐 아니라 그 이전에 이룩한 과학으로서의 천문학적 노하우도 아무도 읽을 수 없는 내용이 되어 영영 단절이 되어버렸습니다. 한국의 경우 21세기에 들어서야 그나마 다시 19세기까지의 조선식 과학과 산학을 발굴하고 있는 중입니다.

9. 조금 다른 우주관
최근에 저는 상당히 흥미있는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태양계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본 컴퓨터 그래픽 동영상의 대체로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동영상의 일부를 gif 이미지로 저장한 것입니다.

실은 이 동영상은 약간 과학적으로 부정확한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이미지 자체는 대체로 16세기 코페르니쿠스 이후 근대인들이 기존의 우주에 대해 생각하던 정적이고 태양이 중심이던 우주관과 또 다른 레벨입니다.
실제 태양은 은하계의 4개 나선형 별무리 내에서 은하계 중심을 기준으로 어마어마하게 큰 주기의 원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도는 828,000 km/hr 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 속도냐면 지구가 태양 궤도를 도는 속도가 초당 30Km니까 시간당 108,000 km의 속도입니다. 네, 8배가 넘는 속도입니다. 지구가 만약 이 속도로 태양을 돈다면 1개월 반이면 1년이 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더 크게 보고 살아갑시다. 우주의 신비라는게 길흉화복을 좌우하는게 아니라 그 안의 한 부분으로 살아가면서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깨우치면서 그건 그거대로 인간은 인간대로 누군가 무언가의 힘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마음먹고 노력한대로 그래서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있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해보았습니다........만, 그러다보니 처음 시작한 망원경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다음은 원래대로 동아시아 특히 일본의 근세 천문학과 망원경을 살펴보고 이야기를 달력에서 망원경으로 다시 되돌려 보려고 합니다.

**이번 포스팅은 그냥 번외편으로 대략 용어 설명에 가깝습니다. 참고자료가 이곳 저곳 엮어놓은 것이라서 혹시 궁금한 부분이 있으시면 알려주시면 대답드리겠습니다. 이이명과 쾨글러의 대화는 "연행사와 북경 천주당", 신익철 편저, 보고사, 2013에 실린 "일암연기" 부분에서 옮겨왔습니다. (이기지와 일암연기 부분에 제가 글쓰다 완전 혼동을 해서 이기지의 아버지인 이이명으로 적고 일암연기는 연암일기라고 바보같이 적어두었는데 마침 이웃의 남중생님이 살짝 알려주셔서 수정하였습니다. 남중생님, 꼼꼼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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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락가락 역사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태음력, 이슬람 달력이나 수시력과 시헌력의 차이 등등의 이야기는 이전에 포스팅한 "알아두면 나쁘지 않을 천문의 비밀...까지는 아닙니다"를 클릭해서 참고하세요. **오늘 포스팅에 참고한 자료는 "고려 역법의 이해, 국역 고려사 역자 역주", (김일권, 동아대학교 석당학술 ... more

덧글

  • 함부르거 2017/01/09 11:56 # 답글

    원래 주역과 음양오행 같은 학문은 우주와 인간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기 위해 출발한 학문이죠. 그게 형태만 남아서 길흉이나 따지고 있습니다만... 소수이지만 요즘도 그런 쪽으로 공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 2017/01/09 11:5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1/09 12: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1/09 12:5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Yejun_Dad 2017/01/09 13:24 # 삭제 답글

    마지막 동영상은 뜨악입니다.ㅎ
  • 迪倫 2017/01/09 13:40 #

    흐흐흐 재미있어 해줘서 고마워요! 올해는 우주소년으로 테마를 정했으니까!
    걸그룹 우주소녀 아니고 -_-;;
  • 밥과술 2017/01/09 15:45 # 답글

    새해부터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각종 력에 관하여 막연하게 들어본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시니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歲와 年의 차이가 뭔지도 확실하게 배웠습니다. 지금이야 혼용해서 쓰지만 원래는 이렇게 출발한 것이군요.

    당나라 시인 劉希夷의 유명한 시 한구절이 생각납니다.
    洛陽城東桃李花,飛來飛去落誰家,(중략) 年年歲歲花相似,歲歲年年人不同(하략)
    해가 거듭 바뀌어도 꽃은 변함이 없지만, 사람은 예전같지 않네... 살같이 흘러가는 세월앞에 늙어가는 인간상을 애처러워하는 시귀지요. 歲와年이 여러번 중첩된 걸로 유명한데 아마 중국사람들도 그 어원의 차이를 모를겁니다. 언젠가는 한번 아는체하고 써먹을 것 같습니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迪倫 2017/01/11 03:21 #

    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마다 꽃은 변함없어 보이지만 실은 하늘의 별자리도 바뀌고 있는데요. 다만 속도가 다르고 우리가 그걸 알기에 너무 빨리 살다가니까요. 올해는 스케일을 우주 단위로 잡고 살아가려고 마음을 잡았습니다. ㅎㅎ
  • 빛의제일 2017/01/10 01:42 # 답글

    우왕, 번외편, 용어해설편이 이리 재미있으면 본편은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처음 시작한 망원경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구절에 이래야 재미있지!라고 읊조렸으며,
    '뮁미?'라는 구절 앞에서 딱 이게 뭐여, 뭔소리야(죄송합니다.) 모드였습니다. ^^;;
    고3때 지구과학을(12학급에서 한 학급 분량으로 선택반이 만들어진) 선택한 것이 뿌듯해집니다.
  • 迪倫 2017/01/11 03:26 #

    하하 재미있게 읽어주시기로는 빛의제일님이 단연 최고십니다. 본편의 재미가 슬슬 부담감으로 다가오는군요. ㅋㅋㅋ
  • 엽기당주 2017/01/10 13:36 # 답글

    전 이런거 보면 과거에 하늘을 보면서 우주 원리를 탐구하던 사람들이야 말로 끈기와 노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시시각각 매년 별 움직임을 보고 위치를 재고 기록했을텐데..

  • 迪倫 2017/01/11 03:30 #

    그래서 저는 인간이 이룩한 문명은 천재나 영웅이 아니라 매일 똑같은 일을 수없이 세대를 물려가며 반복해오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을 돌려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2017/01/21 00:3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1/21 02:3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6/12 22:5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7/04 23:0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12/29 14:4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룰리레몬 2017/03/07 00:05 # 답글

    5번 내용이 조금 복잡했는데, 생략된 부분을 보충해보니 이해가 갑니다.

    1시 = 2시간 = 100분으로 잡았군요. 그래서 초와 정은 각각 50분이고, 4와 1/6의 대각과 소각은 각각 그 기준에서 12분과 2분이라 12*4+2=50분을 채우네요.
    그러니까 이 시기에는 1각이 대략 14분 24초, 1분이 1분 12초네요. 1각이 12분이 되는 군요. 어휴 복잡한데요 ㅎㅎㅎ

    그래도 처음 읽는 내용이라 너무 좋습니다. 좋은 공부하고 갑니다.
  • 迪倫 2017/03/08 23:17 #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도 시헌력 이전 시간은 일반 평민들에게 어떻게 적용된건지 좀 궁금합니다. 이렇게 불편한 시스템으로 지속이 되어서 과학 발달이 지체된건가 싶을 정도인데.. 우리가 과거에 대해 당연할거라 생각하는게 알고보면 상당히 다른게 많습니다. 심지어 이런 시간 마저도 개념 자체가 달랐으니까요. 아무튼 꼼꼼하게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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