뢰법기에 대하여 by 迪倫

고담 강독사 시리즈의 이야기를 마저 이어가기 전에 아무래도 풍래선인 히라가 겐나이 선생이 등장한 김에 아무래도 애기를 하나 꼭 하고 넘어가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지금 얘기하지않으면 다시 등장할 타이밍을 또 한참 기다려야 하지 싶습니다.

히라가 겐나이(平賀源内)라는 난학자에게 대표적인 '업적'은 실은 정전기 발생기인 "에레키테루"(エレキテル)라는 것 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 대표적인 것이냐면 서구권의 일본 난학에 대해 연구하는 대표적인 학자 타이먼 스크리치의 경우 "The lens within the Heart - Western scientific gaze and popular imagery in later Edo Japan"(마음 속의 렌즈 - 에도 후기 서양 과학적 시선과 대중적인 이미지, Univ. of Hawaii Press, 2002)하는 난학의 수용에 대한 책에서 "The ICON of RAN: The "EREKKITERU"(란蘭의 아이콘: 에레키테루) 라고 소제목을 붙여 별도로 설명을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에레키테루란 것은 무엇일까요?

위의 이미지는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에 있는 에레키테루의 복제품입니다. 이 장치는 이름이 대충 짐작되듯이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입니다. 물론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있는 일반적인 동(動)전기를 발생하는 발전기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보다 정확히 말하면 정전기 발생 저장 기구입니다.

물론 히라가 선생이 '발명'한 것은 아닙니다. 원래 네덜란드에서 수입된 것을 18세기 에도 시대 후반 똑같이 작동하도록 만들어 냈다는 것입니다만, 여전히 이 기구 자체를 작동이 되도록 만든 것의 의미가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히라가 겐나이는 이 장치를 "ゐれきせゑりていと " (이레키세에리테이토) 또는 알파벳으로 SEIKIZEJ ELEKITERE (영어가 아닌 네덜란드식 발음으로 세이키제이 엘렉키테레)라고 불렀습니다. 이레키세에리테이토는 전기를 의미하는 네덜란드어 단어 eletriciteit 를 에도시대 일본어로 음사한 것입니다. (알파벳으로 적은 세이키제이 엘렉키테레는 아래에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이 말이 이후 일종의 줄여서 에레키테루라고 바뀌었습니다. 에도시대의 자료에는 그래서 몇가지 표현이 있습니다: ゑれきてりせいりてい (에레키테리세이리테이), 越歷的兒/越歷機, 野禮幾的爾, 越列吉低力的乙多 등의 여러가지 표현이 있는데 대체로 발음은 에레키테루 비스므리합니다.

기본적으로 에레키테루는 두가지 장치의 결합입니다. 하나는 대량의 정전기를 발생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 발생된 정전기를 저장하는 즉 축전지입니다. 에레키테루에도 실은 두세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정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는 크게 큰 디스크를 돌려고 그 디스크에 직접 마찰을 하는 것도 있고 아니면 또다른 형태는 원반은 실은 기어 장치의 부분이고 이게 작은 유리병을 돌려 유리병에 닿은 천같은 것으로 마찰을 일으키는 것이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상자 속에 보이는 바퀴가 우선 정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 부분의 원반이고, 축전지 부분은 상자 위의 구부러진 철사에 이어져 상자 안에 설치된 유리병 장치입니다.예 라이덴병이라고 하는 장치입니다. 축전지 부분은 라이덴 병이 들어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철제의 원통을 사용한 축전 장치도 있습니다.





원래 이 에레키테루의 프로토타입인 정전기 발생 및 축전 장치는 각각 발명 시기가 다릅니다. 먼저 정전기 발생기는 독일 과학자 오토 폰 게리케(Otto von Guericke, 1602 – 1686)가 1650년 무렵 발명했습니다. 아래 일러스트 속의 장치는 이후 조금더 개량된 버전인데 큰 금속제 공을 돌려 마찰시켜 정전기를 발생하는 것이죠.

축전지는 그보다 시간이 좀더 지나 1744년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각각 독자적으로 같은 원리의 장치를 발명하였고 이후 이게 라이덴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라이덴병은 기본적으로 당시 정전기 발전기에서 만들어지는 이 힘을 일종의 액체라고 간주하고 그렇다면 이를 흩어지지 않게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렇게 발명된 정전기 발생기와 라이덴병은 다시 하나의 세트 박스로 유럽에서 상품화됩니다. 라에덴병을 여러개 이어붙이면 전압이 세지기도 하고 유럽에서 의학용 치료장치나 오락용 장치로 사용했습니다.

일본에는 VOC를 통해 처음 소개된 것이 18세기 중반입니다. 일단 1751년 VOC에서 바쿠후에 헌상을 한 기록이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실제 일본 난학자 사회에 소개가 되기 시작한 것은 1760년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히라가 겐나이는 1770년 나가사키에 체류 중에 데지마에서 흘러나온 파손된 네덜란드제 기구를 입수하고 이를 연구해서 1776년 에도에서 작동하는 복제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복제품의 제작에 얼마나 만족했었든지 히라가 겐나이는 이후 자신의 희곡 대표작 중의 하나인 '방비론(放屁論 방귀 뀌는 글? 정도)에서 '이것은 네덜란드에서도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않고, 조선이나 중국, 천축에서는 꿈 속에서도 본 사람이 없다. 일본에 전래된 이후 내가 제일 처음 만들었다"라고 뽐내기를 할 정도였습니다.

이후에 에도 일본에서는 에레키테루가 만들어지고 미세모노(見世物) 즉 흥행용 구경거리나 난학계열의 의사들의 의료장치로 보급이 됩니다. 아래 그림은 에레키테루에 대해서 좀 유명한 그림입니다. 『摂津名所図会』四巻上에 실린 가라모노야(唐物屋 ) 즉 외국물건 가게의 모습입니다. 가운데 상자 장치 옆에 쇠사슬로 연결된 자리에 사람이 앉았고 머리 위로 스파크가 파치파치 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웃는 모습입니다. 오른쪽 빨간색 박스로 하이라이트 한 부분에 エレキテル(에레키테루)라고 적혀있습니다.

18세기 후반 일본 사회에 전해진 신기한 에레키테루에 대해서 다치바나 난케이라는 의사가 규슈를 여행하며 남긴 글에도 '눈 앞에서 보지않으면 믿을 수가 없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웃 남중생님이 이 다치바나 난케이의 여행기를 번역하고 계십니다. 이 중에 '84 기기 (신기한 물건)'편을 직접 읽어봐주시기 바랍니다.)
19세기 초반즈음에는 약간 그룹 오락예능 정도로 받아들여졌는데 19세기 초반의 에레키테루 관련 놀이 그림 중의 하나를 한번 보십시오.

손에 손잡고 전기 충격! 찌릿 찌릿! ㅎㅎㅎ

여기서 조금 심각한 얘기를 합시다. 보통 이 정도쯤 얘기가 진행되면 에휴, 그런데 조선은! 하는 실망/분노/부러움/자조적 반응이 나오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실은 19세기 초반까지 일본에서도 원리를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히라가 겐나이 역시 이를 만들어 결국 일본 사회에 이렇게 상품화되기까지 했지만 이 자연현상을 '음양론' 정도로 이해하였고 더이상의 설명은 못했습니다. 히라가 선생이 알파벳으로 SEIKIZEJ ELEKITERE 라고 부른 이유도 실은 이게 이 장치를 만든 사람의 이름으로 보고 에레키테레는 이름이고 세이키제이로는 성이구나 그런데 서양은 성과 이름을 바꿔 쓴다 하고 일본식으로는 세이키제이 에레키테레라고 적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해보려는 시도는 19세기 초반 하시모토 소기치(橋本宗吉)가 처음으로 네덜란드 책을 번역하여 『エレキテル訳説』(에레키테루 번역 해설)과 이 번역본의 내용을 바탕으로 대중과학서적이라고 할 수 있는『阿蘭陀始制ヱレキテル究理原』(오란다에서 시작된 에레키테루 원리연구)라는 책을 쓰면서 비로소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이 출판이 금지되어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습니다. 바쿠후에서 19세기로 넘어가면서 러시아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서양문물에 대해 엄격하게 금지하기 시작하였고, 하시모토의 책 역시 사본으로 난학자 그룹 내에서 더이상 나가지를 못했습니다.

에레키테루 역시 이 동안 그저 저잣거리의 재미있는 오락거리나 치료용 장치 정도에서 더이상 전개가 없었다고 합니다. 일본의 전기는 이후 페리제독의 흑선도래 이후 정전기가 아니라 동전기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물품들이 전해지면서 완전 새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조선은 그나마도 없었잖아!.... 일까요? 과연?

물론 시기적으로는 네덜란드와 직접 교류가 행해지던 일본만큼 라이덴병이 발명된지 얼마되지않아서 전해질 정도로 빠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초반 우리가 보통 순종-헌종-철종의 암흑기라 생각하는 이 시기에 그래도 오덕도 있었고 신기술을 좋아하는 유전자는 어디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글 하나를 아예 주석을 달아서 완역을 했습니다. 글이 길어지고 있지만 끝장을 봅시다.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 人事篇 / 器用類 > 生火機 >[0645]雷法器生火燧辨證說 뢰법기생화수변증설

粵自燧人氏【《異苑》。鴞啄樹。燧明國。不識四時晝夜。有火樹。名燧木。有鳥名鴞。啄之。燦然火出。有燧人氏。】鑽木生火之後。世間始有火焉。鑽木之外。又有陽燧之制。生火之法。其類不一。然蓋出於《河圖》地二生火。天七成之。而《離》卦爲其象矣。
말을 하자면 수인씨로부터 꿸나무로 불을 피운 후 세간에 불이 있게 되었는데, 꿸나무외에 또 집광하는 방법으로도 불을 피운다. 그 종류가 같지않다. 그래서 아마도 하도에서 지이생화 천칠성지 하여서 리궤로 그 모양을 삼는다라고 한다.([異苑] 부분은 내용이 그리 중요치않아서 번역을 스킵합니다. 수인씨는 삼황오제 중의 하나로 불을 발견한 사람입니다. 꿸나무라고 제가 번역한 것은 나무를 뚫듯이 비벼서 불을 피우는 것을 말합니다. 집광하는 방법은 바로 오목렌즈나 볼록렌즈를 의미합니다)

今有雷法器者。來自遠西。以玻璃爲圜輪。奠於機中。轉者以箝夾輪斡旋。則自然生氣生火。點點如星。滴滴不已。輪下有小璃壺。滴於其中。以爲日用火種。而轉輪時。火氣逼人腠理。腠理乍通。骨節自然搐搦。可瘳膏肓云。
지금은 뢰법기란게 있는데 먼 서양에서 온 것이다. 유리로 둥근 바퀴를 만들고 기계 안에 설치한다. 손잡이 체인으로 그것을 돌리면 바퀴가 돌아간다.그러면 저절로 기가 생겨나고 불이 생겨난다. 별빛처럼 점점이 번쩍이고 작은 불이 떨어지는 것이 그치지않는다. 바퀴 아래 작은 유리병이 있은데 그 안으로 떨어진다. 이로써 불씨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바퀴를 돌릴 때 화기가 사람 피부의 금에 닿이면 피부가 바로 통하여 뼈관절이 저절로 경련을 일으키며 눌러진다. 가히 고황이 낫게된다고 한다.

我翼廟在邸時。入于我東。【或傳其生火輪。以靑琉璃爲之。徑可一尺。輪中凸甚厚。其轉輪箝。以黃銅製之。輪有機。不可以言語傳其制度云。】姜金海彝中家。有人見焉。以修改事。自內出來云。中原則亦多有之。然未易得之神物也。
내가 익종묘(헌종의 아버지 문조)를 보시고 있던 때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헌종 즉위하여 익종 시호를 추존한 1834년 이후) [혹 전하기를 그 불피우는 바퀴는 푸른 유리로 만들고 직경이 1척 정도이며 바퀴 가운데가 두텁다. 체인으로 그 바퀴를 돌리는데 이것은 황동으로 만든다. 바퀴에 장치가 있는데 말로 그 구조를 전할 수 없다] 김해 강이중의 집에서 본 사람이 있다. 수리하고 고쳐서 집안에서 나와 밖에 전해졌다 한다. 중국에도 이것이 많이 있지만 구하기가 쉽지않은 귀한물건이다.

其制。似應雷電之理而象焉。故號雷法器也。其火蓋眞火也。其火之貯小璃壺者。可支行五里之間而不息。
그 구조는 번개벼락의 이치와 모습을 닮아, 그래서 뢰법기라고 부른다. 그 불은 모두 진짜 불이다. 그 불을 저장하는 것이 작은 유리병이다. 5리를 들고 가도 꺼지지 않는다.

一人轉輪。數十人次第把手列立。則其生火之際。一身俱自瑟縮。如忍小便狀云。此火則辟冷去濕之眞火。故可以愈痼疾。西隖醫病器也。
한 사람이 바퀴를 돌리고 수십명이 차례로 손을 잡고 늘어서면 그 불이 생겨날 떄 즉각 몸이 거문고처럼 모두 오그라들고 마치 오줌을 참는 모양이 된다. 이 불은 즉 냉기를 막고 습기를 날리는 진짜 불이라서 그래서 이로써 고질병을 고칠 수 있다. 서오의 질병치료 의학기구이다.

余嘗見姜金海。問其所以然之故。答以自然如是也。余曰。此器。象雷電之理而作之。則其理轉必左旋。借得火行之氣。生火者歟。愚意所到。無乃臆見否。姜笑曰。西方此器與諸奇物。俱出於氣法。而東人未知有氣法之理。故不能解此奇器也云。
내가 강이중을 이전에 보고는 어떤 원리인지를 물었더니 스스로 그리되는 것이라 답하더라. 내가 말하기를 그 기구는 천둥벼락의 원리 모습을 따라 만들어졌으니 그 이치상 반드시 왼쪽으로 돌려야 화행의 기를 얻을 것이고, 불이 일어날 것 아닌가. 어리석은 생각이 미치는 바 그래서 보여지지않고 막히는 것이 없을 것이다. 하니, 강이중이 웃으며 말하기를 서양에는 이 기구와 다른 여러 신기한 물건들이 있는데 모두 ‘기’ 에서 나오는 방식이다. 동아시아 사람들이 모르는 ‘기’의 법 이치가 있다. 그래서 이 신기한 물건의 원리를 알기 어렵다.했다.

余又嘗聞捻肌生火鐩法。其制如小方榼。一隅垂鐵絲。使人執之。榼一方。有乙字曲鐵。旋轉數週。出一小盒啓之。把出一物。卽小鐵片如隼刃樣者。
내가 또 념기생화수법(살을 비틀어 불을 피우는 법)에 대해 들어본적이 있는데, 그 구조는 조그만 사각통과 같은데 한 모서리에 철사줄이 드리워있다. 사람에게 이것을 잡으라 하고 통의 한 모서리에 乙자 모양으로 구부러진 철이 있는데 이를 여러 차례 돌린다. 작은 상자가 나오고 이를 열고 물건 하나를 잡아빼면 즉 매부리 갈고리 같은 작은 철편이다.

向人鼻旁一搯。則火星閃閃。更搯臂上脈部。則火閃如前。遍體受捻處。俱自生火。火點星星。前之受捻者。更把他人臂。則雖不受捻。亦生火點。其人復把他手。則其手亦自生火。延及十餘人。而竝若是焉。蓋人之渾身。都是火氣而生。故取此鐩捻之。自然同氣相感而生火。理之神妙不測類是也。人有燥火之症者。搯出火氣則差。而不可過捻。以泄眞火也。亦西土醫家治病之物也。疑出於阿蘭陀。
사람코를 한대 떄리는 것 같고 별처럼 불꽃이 번쩍이며 다시 어깨 상맥을 때리고 불이 먼저처럼서 번쩍이며, 몸에 확 퍼지면서 비틀리고, 전부 불이 나며 불꽃이 팍팍 튀며 먼저처럼 비틀린다. 다시 다른 사람의 어깨를 잡으면 즉 비록 몸이 비틀리지는 않지만 역시 불꽃은 핀다. 그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의 손을 쥐면 그 손에 저절로 다시 불이 일어나고 십여명까지 늘어서 붙잡으면 능히 모두 이 같은 상태가 되면 모든 사람이 온몸에 대략 이 화기가 생겨난다. 그래서 이 수념(불피우는 법)을 취하면 저절로 같은 기가 서로 감화하여 불이 생겨나다. 그 이치가 신묘하고 그 종류를 측정하자 못하겠다. 사람 중에 조화지병자가 있는데 화기가 나오면서 때리는 것으로 낫지만 흩어지는 진짜불로 비틀리지는 않는다. 역시 서양 의사의 병치료 기구인데, 아란타에서 온 것으로 생각된다.

我翼廟代理之際。倭譯求奇物於倭館。倭人得此以俟來索。未幾翼廟上賓。譯不更要。則仍滯館倭矣。伊後尹侍郞【聲大】爲嶺伯也。其胤某適遊倭館。求見異物。倭人以此出示。而試見生火。來傳京師。南雨村【尙敎】見余弟言之若是。此其大略也。余强名捻肌生火鐩。然終不知本名。似是雷法器之一種也。
내가 익종묘에서 대관을 맡았을 때 왜역이 이 기물을 왜관에서 구하였더니 왜인이 기다려 찾아서 이것을 구했다. 얼마지않아 翼廟上賓(해석이 이부분은 좀 안되는데 아마 무슨 사정으로) 역관이 다시 필요가 없어져서 (물건이) 왜관에 남겨져있었다. 나중에 윤후 윤성대 시랑이 경상도관찰사가 되었다. 그 맏아들 모모씨가 왜관에 놀러간적이 있는데 신기한 물건을 보여달라고 요청하자 왜인이 이를 꺼내 보여주며, 시험해서 불을 일으켰다. 그래서 서울에 전해지게 되었다. 우촌 남상교가 내동생을 보고 이와 같다고 말을 했다. 이것이 그 대략의 스토리이다. 내가 이름을 맘대로 념기생화수라고 지었는데 원래 이름이 뭔지를 몰라서이지만 뢰법기의 일종 비슷하여서이다.

今也鑽木戛金擊石。俱得生火。則何必曰雷法器、捻肌鐩也。以鏡以氷。承日影得火。更有奇於雷法、捻肌。而人性特以好奇尙新。故每奇此等新出之物也。
지금은 나무를 뚫고 쇠를 두드리며 돌을 쪼으면 모두 불을 일으킨다. 즉 어찌하여 뢰법기에 념기수라고 하는가. 오목거울이나 볼록렌즈로도 햇빛을 받아 불을 일으킨다. 다시 뢰법, 념기 같은 신기한 것들이 있다. 사람의 본성이란게 기이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해서 매번 이런 새로운 기이한 물건들이 나오는 것이구나.

흐음.... 1830년대에 한양에도 이미 에레키테루가 2 종류 이상 전해져서 수리도 하고 사람들이 실험도 하고 유희삼아 놀기도 했다는 기록입니다. 이 기록은 1990년대 이후 비로소 과학사 학계에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 중에서 뢰법기를 한양에서 가지고 있었다는 강이중은 강세황의 후손으로 진자-태엽식 혼천시계를 만든 사람입니다. 전통적 체제 내에서의 과학적 기술적 전개는 실은 그 나름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물론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것이 근대적 과학기술의 맹아는 아닙니다. 전기를 이해한 것은 최한기에 가서야 중국에서 서양 과학서를 번역한 내용을 접하면서 비로소 시작이 됩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있어서 1860년대 미국에 처음 갔던 보빙사들의 초 관심사는 군함도 아니라 단연 '전기'였던 것이죠.(여기 클릭 참고하세요)

아무튼 히라가 겐나이에 대해서 이렇게 조금 더 소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원래 예고대로 고담 강독사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참고한 글은 "「ゑれきてる」考証", 若井登, 井上恵子, 郵政研究所月報 2002. 4월호와 "The lens within the Heart - Western scientific gaze and popular imagery in later Edo Japan", Timon Screech, Univ. of Hawaii Press, 2002)가 메인입니다. 그리고 이미지는 모두 위키피디어이고 오주연문장전산고의 원문은 고전번역원 데이터베이스. 발번역은 제게 책임을 물으시기 바랍니다. 좀 파생된 이야기들이 더 있는데 그건 언젠가 뒤로 미루겠습니다.

핑백

덧글

  • 찬별 2016/02/22 09:40 # 답글

    잘 보았습니다~
  • 迪倫 2016/02/22 11:01 #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날씨가 좀 슬슬 봄날씨가 되네요. 보스턴도 좀 포근해졌죠?
  • Nocchi 2016/02/23 13:33 # 답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요즘 생리학적 전기 랄까 생전기 같은 것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와 닿는 주제 같습니다
    사람의 체표를 타고 흐를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는 데 있어서는 본문의 뢰전기가 효과적이겠네요
    재미있는 장난감도 되고
    중간에 의학적인 효용(?)에 대한 설명이나 뢰전기의 원리를 전통적인 시각에서 본 것 등등이 흥미롭게 보닙니다
    오늘날 현대의학은 그야말로 전기가 없으면 모든 기계가 멈춰 버리는 '전기의학'이니
    '전기 의존적' 측면에서는 뢰전기와 비슷한 성격을 조금 갖고 있다고 할까요

    p.s.
    히라가 겐나이 선생이 뢰전기의 원리(한마디로 '전기'죠)를 음양설로 설명했다는 것은
    이 분이 음양이 뭔지 제대로 모른다는 뜻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전기 라는 것은 '음양' 보다는 <주역>의 '태극'에 가까운 것이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山澤에 번개[震]가 치면서 만물이 생성된다는 식의 주역 계사전 설명이나 음전하 양전하가 진행하면서 위치를 바꾸듯 팔괘가 消長 하는 모습은 어떻게 보아도 전기 랑 참 비슷하죠

    그에 반해 음양은 전기 같은 무형물이라기 보다는 유형물 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내경> 을 보면 "음은 대변이 되고) 양은 혈액이 된다)" 같은 구절을 찾을 수 있구요

    (당연히) 무형지물인 전기를 다루는 뢰전기는 음양과는 연결성을 짓기 어렵습니다
    귀한 공간 빌려 제 이야기만 실컷 적고 도움 되는 이야기를 드리지는 못하는 게 부끄럽네요 ^^
  • 迪倫 2016/02/24 02:41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본적으로 뢰법기가 당시 의료장치였어서 좀 흥미있으실 부분들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전기의 태극/음양 부분은 관련된 얘기가 있는데 제가 조금 다시 정리해서 답글을 드리겠습니다.
  • 남중생 2016/02/22 12:06 # 답글

    핫, 조선의 에레키테루!!! 심지어 저 손에 손잡고 전기 놀이하는 풍경(귀여워...)도 조선에서 재현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흥미롭습니다.
  • 迪倫 2016/02/24 02:42 #

    19세기 전반기의 조선이 요새 관심시대입니다. 좀 재미있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 같습니다!
  • 남중생 2019/01/20 02:38 #

    후후, 이번에 19세기 조선의 피클드 헤링 이야기를 쓰면서 다시 찾아왔습니다.
    왜관의 역관이 에레키테루를 주문했다는 것도 흥미롭네요. 나가사키 네덜란드 통사가 주문한 악어도 연상되구요!
  • 남중생 2019/01/20 03:26 #

    오, 그리고 "익종"이라는 왕이 있던가 싶어서 검색해봤는데, 순조의 왕세자가 죽은 이후에 추존왕이 된거군요.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36821&cid=46622&categoryId=46622)
    적륜님께서 번역에 어려움을 겪으신 해당 구절은 이런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我翼廟代理之際。倭譯求奇物於倭館。倭人得此以俟來索。未幾翼廟上賓。譯不更要。則仍滯館倭矣。
    우리 익종께서 대리첨정하실 시절에, 왜어 역관이 왜관에서 기물을 구하여, 왜인이 이것을 얻어 가져다놓았다. 머지않아 익종께서 돌아가셨고, 역관은 값을 치루지 못했다. 그리하여 줄곧 왜관에 남아있었다.

    상빈(上賓)은 돌아가시다, 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664309&cid=60558&categoryId=60558)

    세자가 대리첨정을 하던 1827-1830년의 일이네요. 머지않아 죽었다고 하니, 아마 1830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세자가 죽은 것이 어떻게 역관의 지갑 사정과 연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적륜님께서 훨씬 더 잘 아실 청나라-왜관-일본 무역 네트워크가 영향을 받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세자가 죽었음을 알리는 연행사 사신단에는 장사꾼을 포함시키지 못했다던가, 그런걸까요??
  • 迪倫 2019/01/21 14:21 #

    남중생님, 요즘 올리신 글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왜관통해서 의외로 이런 저런 신기한 물건들이 들어왔던데 이런 연구가 있으면 개인적으로 좋겠습니다.

    그리고, 익종 부분은 제가 아마 해석을 좀 많이 부정확하게 하여 기본적으로 연대를 잘못 해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상빈을 제가 제대로 안찾아봐서 더더욱 해석이 꼬였던 것 같습니다. 상세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찬찬히 읽어보고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애쉬 2016/02/22 14:38 # 답글

    히라가 겐나이 선생님 시절 난학의 도래기는 참 신나는 시대였던 것 같습니다.

    스팀펑크 계열의 창작물도 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 많고...여러모로 현대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던 활기찬 시대분위기 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별 다르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문제는 발굴!!

    즐겁고 흥미진진한 포스팅 감사합니다.^^
  • 迪倫 2016/02/24 02:44 #

    18세기 후반에 전지구적으로 재미있는 시대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히라가 겐나이는 정말 스팀펑키하죠. 비참한 최후마저 후광을 더한다고 할까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빛의제일 2016/02/22 19:51 # 답글

    국민학생 때의 '에레키테루' 책받침이 떠오릅니다. ^^;;
    다음 주 개학, 새학년 시작하는데, 4학년이라 과학시간 전기는 다루지 않지만
    손잡기 전기놀이는 해볼까 싶습니다. :)
  • 迪倫 2016/02/24 02:45 #

    손잡기 전기놀이에 전압을 너무 높이시지 않도록 주의하시기를 ㅋㅋ

    그리고 꼭 조선시대에 한양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아이들에게 알려주십시오!
  • 밥과술 2016/02/26 05:03 # 답글

    아, 정전기를 좀 더 파고들어서 동전기와 함께 연구를 하였더라면 전기장에 대한 이해, 그리고 나아가 자기장에 대한 이해를 깊게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인류는 좀 더 빨리 지구를 둘러싼 아니, 우주에 산재한 무한에너지를 얻게 되어서 평화롭게 살 수 있었을지도...라고 상상에 빠져 보는 한사람이었습니다...
  • 迪倫 2016/02/28 00:48 #

    하하 그래서 아마 히라가 겐나이가 스팀펑크풍의 만화에 잘 등장하는가 봅니다. 뭔가 역사의 뒤로 사라져버린 과학이 있었을것 같은 ^^
    닥터후처럼 정교한 작품이 있으면 그나마의 아쉬움이 좀 달래지지 않을까 하고 저도 생각해보았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쿠루쿠루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