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혁명 또는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industrious revolution) (3) by 迪倫

지난번 소개한 하야미 아키라 선생이 처음 주창한 '긴벤카쿠메이'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서 다시 트랜스포머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런데, 이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은 단순히 '긴벤카쿠메이'의 영어 번역이 아니라 비슷한 현상에 대한 상당히 다른, 아니 심지어 개념상으로 정반대방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경제사적 해석'으로 전개되었다…

**앞으로 일본의 근면혁명(勤勉革命=긴벤카쿠메이)과 서양의 근면혁명(industrious revolution=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 그리고 한국에 도입된 근면혁명은 각각 표기를 해당 개념별로 다르게 하려고 합니다. 그게 개념이 혼동되지 않도록 하는 우선 고육지책인 것 같습니다.

1994년 잰 드브리스(Jan De Vries) 선생이 하야미 선생으로부터 한발 더 나아가 서북 유럽지역의 산업혁명 전단계의 근세경제를 설명하는데 이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그의 논문 "인더스트리얼 레벌루션과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The Industrial Revolution and the Industrious Revolution)"의 제목을 잘 보시기 바란다.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을 그대로 번역하면 근면혁명이 되지만, (그래서 아마 개념상의 혼동이 널리 퍼지게 된게 아닌가 하는 감도 있지만) 영어로 이 용어를 인더스트리얼 레벌루션과 연속선상에 두고 보면 상당히 다른 뉘앙스가 되어버린다.
핵심만 말하면 산업혁명 이전에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 늘어난 노동강도가 산업혁명을 예비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노동시간이 늘어난 이유는 새로운 소비가 등장함으로써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소비자 구매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소비자들이 강도높은 노동에 자발적으로 매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산업화 이전에 이미 산업화가 진행 중이었다는 것이죠.

이 수요의 증가는 공급을 촉진하고 이에서 나아가 산업혁명의 고자본투입에 고생산성 사회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잠깐 소비자들이 강도높은 '소비와 분리되지 않은 생산'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와 분리된 생산을 위한 노동'에 참가하는 것입니다. 기억하고 있으세요!)
이런 의미에서 인더스트리얼 레벌루션으로 이행하는 전단계로 대략 1650년부터 1850년까지의 18세기를 전후한 서북 유럽 즉 네덜란드와 잉글랜드, 프랑스의 일부에 해당하는 지역에 등장한 특정의 현상으로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이라고 이름을 붙일만한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어떻습니까? 하야미 선생의 농업기반의 긴벤카쿠메이와 생각보다 좀 다르지 않습니까?

좀 더 나아가 보자. 인구증가와 가축동력의 감소, 그런데도 상반된 생산의 증가라는 에도 경제의 패러독스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 긴벤카쿠메이라면,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은 또다른 서북 유럽의 패러독스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즉 우리가 흔히 놀랄만할 경제성장을 이룩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않는 산업혁명의 시기에 실은 의외의 저성장과 임금의 하락을 겪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구매력의 감소로 연결되어야 하고 '혁명'이라는 표현이 무색해져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 그래서 요즘은 산업혁명 자체를 그저 가설로 간주하는 경향도 있다) 이 시기에 오히려 소비자 수요가 급증하여 직접 소비 측정치나 재고량 분석을 보면 그야말로 "물질적 문화(material culture)"의 세계가 활짝 열렸다는 것이다. 이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 드브리스 선생은 이 산업혁명의 전단계로 거슬러 올라가서 생산-소비의 단위로서 가계(household)에 주목을 하고, 이 경제적 단위 주체로서의 가계(또는 가족단위로)와 새로운 형태의 소비의 촉발의 양상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위에서 얘기한 서북 유럽지역에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하야미 선생의 용어를 차용하여 산업혁명의 인더스트리얼을 은근 염두에 두고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으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런데, 특히 이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은 농업중심의 경제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의 발달과 이와 병행한 시장의 형성, 그로 인한 가계 노동형태의 변동에 초점을 두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경제의 구성단위를 가계로 보고 얘기를 진행한다. 이 개별 가계의 경제활동은 세가지 요소의 결합이라고 본다. 즉 {뭔가를 생산/획득하는 시간 + 획득/생산한 물건을 소비를 하기 위한 최종 상품의 형태로 가공하는 시간 + 그 물건을 즐기는(사용하는) 시간의} 함수인데, 시간 자체는 유한하니 어느 한 요소가 늘어나면 다른 한 요소는 줄어들게 된다. (여기서 이 긍극적인 소비하려는 물건을 Z-product라고 부르고 있다)

중세를 넘어서 근세로 접어들면서 서북 유럽지역에서는 이 중 뭔가를 생산/획득하는 시간 즉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인다. (물론 가축이 줄어들어서 노동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 노동시간이 늘어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생산과 분리된(시장을 통해서 구매하여서 획득하는) 소비의 등장이고, 이 새로운 소비는 당연 시장의 발달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전의 자체 소비를 위한 생산활동의 증가라기 보다, 점차 소비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소득의 획득활동이 증가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 같다.

일본의 경우 이와 맞물려 장원형태에서 소농형태로 탈바꿈 했다면, 서북 유럽의 경우 이미 핵가족화가 먼저 진행되어있었고, 이 뭔가를 더많이 획득하기 위해 단위 가계의 노동시간을 늘리게 되고, 전 가족의 생산활동 참여하여 가계단위 자체의 총 노동시간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긴벤카쿠메이가 일본 에도 시대의 전근대 경제를 설명하는데 한정되어 있다면,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은 실제 그 대상을 현대에까지 확대해서 적용하고 있다.

전 가족 구성원이 소득 획득 과정에 참여하여 전체 가계단위에서의 노동시간이 늘어난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 시기가 지나고 19세기 전반 마침내 이 서북 지역이 인더스트리얼 레벌루션 즉 산업혁명 단계로 접어들면 가계 내에서 경제적 역할에 대한 분화가 뚜렷이 구분된다. 이를 브레드위너-홈메이커(breadwinner-homemaker)라는 관계로 다시 재정립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남성 전업 노동자와 그의 임금소득이 가계의 주 소득원이 되고, 소비는 보다 자본집약적이고 (다시 말해 시장의존적으로 변하고) 가족 단위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형태의 소비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 '빅토리아 시대의 모럴과 시크릿'에서 간단히 설명한 적이 있다.(여기 클릭)

이러한 한 가정 내에서 소득 원천의 일원화/집중화는 1960년대가 되자 미국과 서유럽에서 다시 제2차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의 단계로 접어든다고 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늘어나고, 기업레벨에서의 미성년 십대의 경제활동 역시 다시 시작되고 (예, 주유소와 맥도날드 매장이 생각나죠…), 가정내 소득원이 다양해진다.

**우먼파워 역시 이런 선상에서 이해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예를 들어 60년대 후반 이전에 여성 노동력이 전반적으로 사회에 투입된 경우인 1940년대 중반의 이차대전 중 공장과 산업현장에 진출했던 로지(rosie)들은 전쟁이 끝나자마자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기를 요구받았다. 그리고, 직후 1950년대의 미국 사회는 알다시피 다시 홈메이커로서의 주부역할이 강조된 시기였었다. 그러니 단순히 60년대 이전에도 서구에서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있었다고 하는 것은 실제 이 거시적 흐름에는 해당되지 않은 전쟁을 겪는 동안의 노동력 부족에 따른 돌발적 사건으로 보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이느 단순히 사회가 공화당 또는 보수당 정권의 보수적 분위가나 민주당, 노동당, 또는 사회민주당과 같은 진보적 환경이 전개되는 것들과는 상당히 다른 레벨의 거시적 경제변동에 따른 변화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오히려 이런 경제적 변동과 이에 따른 사람들의 대응이 정치-사회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하지않을까?)

아직 2010년 현재는 어떤 단계로 진화 중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만…드브리스 선생의 예측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가능한 대안을 조심스레 제안한다. 첫째는 시장의 프레임 내에서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개인화가 더 진행되어 이에 따른 '가족의 완전한 해체', 아니면 반대로 가족과 개인 잠재력의 균형을 다시 맞추기위해 가족 내부적 기능 요소의 재조정을 통한 새로운 모델의 정립이 되지않을까 하는 것이다...

아무튼 이것이 내가 읽고 이해한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이다. 흠....

아무튼, 드브리스 선생도 그의 책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에서 일본의 긴벤카쿠메이와 개념이 다르다고 한 섹션에 할애하여 설명을 하고 있고, 심지어 하야미 선생도 서구에서 자기 이론의 용어를 다르게 사용해서 지난번 소개한 책에서 명쾌하게 차이점을 구분하고 싶다고 얘기하고 있다. 요약하면 긴벤카쿠메이는 산업혁명 대신 대안적으로 진행된 일본의 경제형태를 설명한 것으로 산업혁명으로 경제를 이끌 여력이 없었다고 얘기하는데 반해,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은 산업혁명으로 진행을 촉진하는 전단계로서 사회경제적 변동을 설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조선후기에 적용된 근면혁명 부재론은 그럼 뭘까요? (그냥 조선까인가요?) 일단은 조선에 대해서는.....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그다지 이번 포스팅과 관련없는 언급으로 주의가 산만해지는 느낌이 있어 해당 부분을 삭제합니다. 4/17/10

다음번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이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에서 분석하고 있는 소비와 수요를 살펴보겠다. 바야흐로 이 새로운 소비가 근대사회를 만들었다는 것인데....(수리남에 관한 글에서 약간 언급을 했었습니다. 여기 클릭) 도대체 그게 무엇이었길래???


요즘같은 세상에 迪倫의 제왕적 독서법을 무턱대고 믿을 수는 없어 그래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은 다음 글과 책을 살펴보세요:
- Jan De Vries, "The Industrial Revolution and the Industrious Revolution", The Journal of Economic History, vol. 54 No.2, June 1994 http://www.jstor.org/pss/2123912
- Jan De Vries, "Jan de Vries, "Industrious revolution - consumer behavior and household economy, 1650 to the present", 2008 (아마존의 링크는 여기를 클릭)
- Katerina Galani, Book review on "The Industrial Revolution and the Industrious Revolution" 드브리스 선생의 아티클에 대한 서평입니다. http://www.history.ox.ac.uk/ecohist/notices/bookreports/week_4/devries_galani.pdf
- Jacob Weisdorf, "Consumer Revolution, Industrious Revolution, and Industrial Revolution: Why England, not France?", 이 글은 인더스트리어스 레벌루션과 소비혁명이 영국의 산업혁명을 촉발한 요소라는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프랑스이 경우와 비교를 해서 논하고 있는 글입니다. 글을 보려면 http://www.econ.ku.dk/okojwe/filer/Publications%20and%20Working%20Papers/Why%20England,%20Not%20France.pdf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흔한 사진 하나도 올릴게 마땅찮은 게 없습니다. 이번은 그래서 대충 넘어갑니다.

덧글

  • 들꽃향기 2010/04/02 15:46 #

    일전에 올리신 예고편(?)에서는 일본의 '긴벤가쿠이'와 다르다는 감만 어렴풋이 잡고있었는데, 이번에 올려주신 포스팅을 통해서 감이 확실하게 오는군요.....!

    "소비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소득의 획득활동이 증가한 것"이라는 말씀에서 언급하셨듯이, 서구의 'indusrious revolution'은 결국 '자체 생산의 증가'를 위한 '노동량 투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위한 노동....그것도 '근대적 소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특히 indusrious revolution은 단순히 '중세(혹은 근세)에서 근대로의 이행'을 설명하기 위한 논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에서도 수많은 개인...즉 '생산주체'들이 소비를 위한 노동에 '종속(?)'되어 있는 틀을 설명하는 데에도 유효한 것 같습니다.

    더욱이 그 '노동의 형태'를 따지면 전근대 농업사회에서의 대가족 노동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닌, 보다 분화된 근대적 가정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듯 하네요..ㄷㄷ

    저는 사실 수량경제학파들이 조선 후기 근면혁명 부재론을 '게으름-근면함'의 도덕적 틀로 해석하는데에 반발이 다소 있었고, 그에 따라 '근면혁명'개념 자체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고 좀 적대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

    그러다가 迪倫님께서 이렇게 일본의 긴벤가쿠이, 서구의 indusrious revolution을 적극적으로 조명해주시니, 저 역시 저의 선입견을 고치면서도, 많은 도움과 시사가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잘 읽고 갑니다. ^^
  • 迪倫 2010/04/02 22:37 #

    들꽃향기님/ 우선 제글을 읽고 개념상의 혼동에 대한 도움을 받으셨다니 제가 감사합니다. 다음편에는 드브리스 선생의 얘기의 핵심인 "18세기 소비혁명"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뭐, 이번 시리즈 글들을 쓰기 시작하면서 제가 먼저 그동안의 독후감으로 말하자면 역사학에서 용어가 실제 서로 다른 의미나 컨텍스트에 적용되는 경우가 적지않아 대충 단어만을 보고 적용하면 간혹 낭패를 보기 쉽겠구나 하는 결론이 들었습니다. 들꽃향기님께서는 하시는 공부에서 이런 함정을 잘 피해나가시는 학자가 되실줄 믿습니다. ^^
  • 행인1 2010/04/02 15:47 #

    생산/소비의 분화라든지 이런저런 것과 연관된게 많은 것 같군요.
  • 迪倫 2010/04/02 23:21 #

    그렇죠. 생산뿐 아니라 소비가 등장하면서 자본주의를 견인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 迪倫 2010/04/11 12:48 #

    이 글에 대해 약간의 원치않는 대화가 오고가서 부득이 제가 공지사항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제가 임의로 삭제하고 이 글의 덧글을 더이상 받지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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