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우스, 천신(天神)의 시계, 목성. by 迪倫

천문대의 밤: 파리, 베이징, 한양, 그리고, 에도.에서 마지막 부분에 파리 천문대에서 훈련받은 프랑스인 예수회 천문학자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들의 첨단 과학 기술이 활용된 것이 바로 건륭제 때의 첫번째 근대적 국경 개념으로 만들어진 전체 중국의 지도 "황여전람도(皇與全覽圖)"의 제작 사업이었습니다."라고 썼었습니다. 그리고, 한편 "이들이 기존의 전통적 동아시아의 관상감/흠천관 천문대에 유럽 방식의 천문학을 얼마나 도입해서 어느 정도로 조선과 같은 인근 국가에 전파되었는지는 저도 아직 파악을 다 못했습니다. 조선에서 18세기에 이미 보신것처럼 관상감에서 지속적으로 베이징을 통해 이들이 확립한 천문의기와 데이터와 수리적 이론서적들을 수입하여 300여명 규모의 관상감 인원을 교육하고 업무에 투입하였던 것 정도로만 짐작할 뿐입니다." 라고도 썼었습니다.

원래 마지막편을 쓰려고 했었는데 그동안 좀 바빠 블로깅도 자꾸 뒤로 미뤄지고 그 와중에 마침내 찾던 자료를 하나 찾아 확인할 수 있어서 한편만 위에 언급한 부분들에 대해 잠깐 얘기하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이 시리즈가 처음 시작된 것은 실은 작년 추석 달도 밝고 해서 갈릴레오의 달 관측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부터 였습니다. 그러면서 1610년 출판된 갈릴레오의 책 Sidereus Nuncius의 달 그림을 소개했었는데요, 그 페이지에서 좀더 뒤로 넘어가면 유명한 갈릴레오의 목성 4 위성에 대한 관측기록과 관측으로 추론한 결론이 나옵니다.

1610년 1월 7일부터 3월 2일까지 거의 매일 밤 관측 기록을 남긴 것 중에서 위의 이미지는 왼쪽 페이지 3개는 2월 26일, 다음 페이지의 첫번째는 2월 27일 , 아래 두개는 28일의 기록입니다. 왼쪽의 Ori는 동쪽, 오른쪽의 Occ은 서쪽. 동그라미는 목성이고 별표가 4개의 위성입니다.

이 관측 기록의 마지막에 결론이 두페이지 가량 이어지는데 이중에 제가 줄을 그어 표시한 부분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들은 동일하지 않은 원을 돌고 있는데, 이것은 두개의 행성이 목성으로부터의 거리가 멀때 같이 있는 것을 본적이 없는 반면, 두개 세개 때로는 모두다 서로 가깝게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한 사실에서 이끌어낸 명확한 결론입니다."

즉 목성 주위에 관측되는 4개의 작은 별이 주기가 각각 다른 원을 목성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것을 발견해낸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위성이라는 것도 알고 당연히 목성을 '돈다'는게 별 게 아니지만 1610년에는 움직임을 오래 관찰해서 이걸보니 도는 것 같다!라고 발견해낸 것입니다.

이 목성 위성 4개는 이오, 유로파, 기니메데, 칼리스토라고 이름붙은, 망원경으로만 확인이 되는 5등급, 6등급 밝기의 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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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의 밤: 파리, 베이징, 한양, 그리고, 에도. by 迪倫

우물에서 바라보는 우주라는게...에서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만, 원래 망원경으로 시작하다 그동안 뭐야 달력 얘기만 잔뜩하고는 하실 분들을 위해서 좌표를 돌려 다시 망원경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지난 연말 즈음에 고야마 주마(小山宙哉)의 "우주형제"(宇宙兄弟)"라는 만화를 일단 현재 발간본까지 봤습니다. 마침 가을부터 迪倫齋에서도 인간세상을 떠나 우주로 눈을 돌려 이러고 있는(?) 중이고, 인간 세계 전체가 지금처럼 절망적이도록 뒤숭숭할때 이렇게 눈을 잠시 돌려 멀리 바라보는(것이 바로 시리즈 제목의 遠鏡입니다만) 것도 싸이콜로지컬리 도움도 될듯하고, 아무튼 그러하게 2016년에 본 만화 중에는 최고였습니다. (2015년에는 다니구치 지로의 도련님의 시대였습니다만)

이 만화의 주인공인 우주 형제들의 어릴적부터 우주의 꿈을 키워주는 중요한 등장인물인 천문학자 샤론 아줌마의 천문대는 원래 일본국립천문대 NAOJ의 미타카천문대를 본떠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이게 만화 속의 샤론 천문대 모습이고....

이건 실제 일본 국립천문대 20센치구경 굴절망원경이 설치된 미타카 캠퍼스의 모습입니다.
일본 국립천문대의 미타카 천문대는 연원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면 1782년에 설립된 바쿠후 천문방의 아사쿠사 천문대(浅草天文台)로 가서 닿습니다. (원래 정식 명칭은 頒暦所御用屋敷입니다)

이 이미지는 원래 "寛政暦書"(관정력서)에 측량대의 모습이라고 실린 것입니다. 관정력서? 아! 지난번 포스팅에서 "그리하여 다카하시 가게야스(高橋景保)같은 이들 학자들을 등용하여 18세기가 끝나가던 1797년 청나라의 "역상고성후편"(曆象考成後編)을 도입한 관정력(寬政曆)을 실시하게 됩니다."라고 했던 시헌력을 마침내 캐치업하였던 달력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잘 보십시오. 이 천문대에는 미타카 천문대같은 망원경이 보이지 않습니다. 왼쪽은 간천의(簡天儀), 오른쪽은 상한의(象限儀)입니다. 왼쪽의 간천의가 얼마나 대표적인 모습이었는지 에도 후기의 유명한 화가 호쿠사이 역시 이 천문대를 그리면서 간천의를 자세히 그려두었습니다.


이 천문대는 전통적인 동아시아의 관상대의 장비를 장치하고 있습니다. 당시 동아시아에서 최고의 천문대는 베이징 흠천관의 천문대인 관상대(觀象臺)였습니다.

이곳은 당시 동아시아 최첨단의 천자가 하늘을 읽는 곳이었습니다.(물론 예수회 선교사와 흠천관 관원들이 천자를 대신해서 읽고 있는것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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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바라보는 우주라는게... by 迪倫

알아두면 나쁘지 않을 천문의 비밀...까지는 아닙니다 헤헤로 잠시 번외편을 올려놓고는 그 사이 시간이 흘러버려서 원래 쓰고 있던 기조를 살짝 놓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잊기전에 저도 빨리 포스팅을 해서 기억을 되돌려놔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참고로 올해는 틈나면 밸리에도 글을 올려놓으려고 합니다. 너무 고립되어 있는것은 역시 좋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 제 블로그의 글을 읽게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얘기 걸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재미있게 "놀자"가 이 블로그의 목적입니다. 아무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우주와 인간의 끈을 그리도 끊기 어려워...까지 시리즈 글을 올리면서 최근 한국의 과학사학계에서 '발굴'한 조선 천문학의 성취와 한계를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러면 이게 실제 17-18세기 지구상에서 어떤 단계에 있었던 것인지 비교를 해봐야 조금더 자세히 이해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웃 국가의 경우를 살펴보고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았는지를 보려고 합니다.

아래의 이미지는 유명한 오카노 레이코가 그린 음양사의 제일 첫편 "安倍晴明 忠行に随ひて道を習ふこと"(아베노 세이메이, 다다유키를 쫓아서 도를 배우는 일)의 한장면입니다.

이 장면이 있는 이야기는 원래 12세기에 엮어진 "고금물어집(今昔物語集)의 이야기 중의 하나입니다. 그림 속에서 다다유키도노(忠行殿) 또는 가모도노(賀茂殿)라고 불린 음양료의 우두머리가 이날 소년의 비범한 능력을 보고 그를 음양사로 가르치게 되면서 이 만화의 전체 스토리가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아베노 세이메이가 아시다시피 온천하의 요괴 귀신들을 물리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소년 아베노 세이메이를 알아본 가모노 다다유키(賀茂忠行)는 실제 10세기 중후반 음양료의 수장이었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음양료(陰陽寮)는 헤이안시대의 관청 중의 하나로 점복, 천문, 달력, 시간측정을 담당하던 곳입니다. 원래 가모 집안은 일설에는 몇백년전인 7-8세기 견당사로 당나라를 다녀오면서 대연력(大衍曆)이라고 하는 달력을 도입한 기비노 마키비(吉備真備)의 후예로 그로 인해 대대로 음양료를 맡고 있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아베노 세이메이를 거둬들인 가모 다다유키의 아들 가모노 야스노리(賀茂保憲)가 이후 아베노 세이메이를 가르친 후 훗날 음양료의 일 중에서 달력은 아들 가모노 쓰미요시(賀茂光栄)에게 그리고 천문(그러니까 점복 퇴마를 의미합니다) 부분은 아베노 세이메이에게 전승하였고, 그 후 일본의 천문은 두개 집안이 번갈아가며 음양료를 맡아 이어져 내려갑니다.

이후에 아베노 세이메이 집안은 쓰치미카도가문(土御門家)으로 칭하고, 가모 집안은 가데노코지가문(勘解由小路家)와 고토쿠이가문(幸德井家)으로 칭하는데, 가데노코지로 칭한 가모 가문이 원래 일본의 공적인 천문 달력을 담당하면서 대대로 내려오다가 15세기 가모가문의 종주가 아들에게 살해를 당하면서 가모씨의 가계는 끊어지고 대신 아베노세이메이의 후손이 양자를 보내 형성된 물론 이후 다시 이 양자계통의 고토쿠이가계에 의하여 가모집안이 재건되면서 다시 양대 집안 라이벌 관계가 이어지지만 결과적으로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의 쓰치미카도 집안이 일본의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국가 공식적 천문달력의 유일한 권위로 내려오게 됩니다. 호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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