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구의 거주자 - 고래 시리즈 마무리 by 迪倫

레전드 장포수전 - 한국 포경의 시작까지 쓰고 보니 더 이상 찾아주지 않는 폐가가 되었다는 실감이 마침내 들었습니다. 팬데믹과 선거와 인플레이션과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과 이 모든 뜬 세상의 일들이 탕탕 지나가는데 한가하게 추운 먼 바다의 고래 얘기란 참으로 먼 나라의 이야기 같습니다.

어떻게 이 시리즈를 마무리할까 고민을 조금 했습니다. 제가 오래 방치해뒀던 이글루 블로그로 다시 돌아온 이유가 아무튼 고래 이야기는 마무리를 하자는 것이어서, 그저 짧고 허무하게 마무리를 짓고 오래 저 자신에게 큰 의미가 되었던 이글루스 블로그를 당분간 접어두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동안 정말 정말 읽고 같이 얘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인년 새해를 맞아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 모두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SF 오타쿠의 세계에는 크게 양대 산맥이 있습니다. DC와 마블이 아니라 스타워즈와 스타트렉입니다. 흥미로운게 스타워즈는 요즘 표현으로 지구와 무관한 세계관입니다만, 스타트렉은 지구를 출발점으로 하는 세계관입니다. 스타트렉은 대단히 오랜 기간 동안 TV 드라마와 영화로 연속, 재탄생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 1986년에 개봉한 극장판 영화 시리즈 4번째의 "스타 트렉 4: 귀환의 항로" Star Trek IV: The Voyage Home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때는 2286년, 거대한 실린더 모양의 괴물체가 해독할 수 없는 시그널을 발사하며 지나가는 모든 우주선에 장애를 일으킵니다. 이 괴물체는 지구 궤도로 진입한 후 지구 전체 글로벌 에너지망을 정지시키고 행성 규모의 폭풍을 발생시켜 지구를 파괴 직전으로 몰고 갑니다. 절체절명의 지구!
USS 엔터프라이즈호의 승조원들은 이때 벌칸 행성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도중이었습니다. 귀환하려는 와중에 이 괴물체로 인한 지구의 위기를 알게되고 이 괴물체가 발사하는 이해할 수 없는 시그널이 바로 지금 지구에는 멸종된 혹등고래의 시그널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타임워프를 하여 혹등고래가 멸종되기 전 1986년으로 날아가서 고래를 데리고 와서 이 괴물체와 교신을 하기로 합니다. 1986년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이들은 소살리토 수족관에 있는 혹등고래 한쌍을 발견하고 이들을 돌보는 닥터 질리언 테일러와 함께 우여 곡절 포경선에서 고래를 구해내는 모험을 거친 끝에 고래를 데리고 2286년의 지구 궤도로 다시 돌아옵니다. 괴물체의 엄청난 파워 장애로 인해 샌프란시스코 만에 떨어졌지만 바다로 풀려나간 고래가 괴물체의 신호에 응답을 하고 이 괴물체는 응답을 받자 지구를 떠나 다시 저 멀리 먼 우주로 가버리면서 지구를 구해냈다는 이야기입니다.

혹등고래와 교신한 후 지구를 냅두고 멀리 가버린 괴비행체의 모습입니다.

흐음. 이 실린더형 괴물체는 1986년의 사람들은 몰랐겠지만 2017년 태양계에 진입하였다가 이해할 수 없는 쌍곡선 비행궤적을 보이고 사라진 분류기호 1I/2017 U1의 "오우무아무아"라는 우주 성간물체가 있었습니다. 이 오우무아무아라는 성간물체는 시가형으로 파악이 되었는데, 미묘하게 스타크렉의 혹등고래와 교신한 괴물체을 연상시키는 데가 있습니다.

관측 데이터를 기본으로 구성한 오우무아무아의 모습입니다.
이 오우무아무아는 실은 너무나도 이상한 비행궤적을 보여 현재 천문학계에서 공식적으로는 혜성으로 부르지만 인공적인 비행물체라는 주장이 진지하게 나와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얘기를 하자면 이 오우무아무아의 궤도는 일반적인 혜성의 타원궤도가 아니라 공전주기가 허수가 되는 쌍곡선 궤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자연적인 물리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설명을 하면서 이 물질이 어떤 지능적 존재의 인공물이라는 것입니다. 이 주장을 하바드대학 천문학과장이었던 에이비 로엡 박사가 주장하여 더욱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아래는 오우무아무아의 궤적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쩌면 고래가 정말 우리를 보곤성인들이 우주 하이웨이를 건설하느라 철거하려던 지구를 구해준 것일까요?

고래를 따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했습니다. 특히 19세기말 20세기 초반 한반도 근해의 고래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게 고래라는 것보단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과연 그때 한반도의 사람들은 고래를 빼았겼던 것일까요? 동해를 주서식지로 삼았던 귀신고래는 아예 한국 귀신고래라고 하여 이들이 주로 출몰하던 울산 장생포 앞바다를 1962년 귀신고래 회유해면(廻遊海面)이라며, 고래가 아니라 고래가 살던 바다를 아예 천연기념물 126호로 삼으면서까지 고대하고 감정이입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러시아가 우리 고래를 잡아 멸종시켰다는 생각은 대단히 강하게 한국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다고 할까요.

잠시 아래의 3D 지도를 한번 보십시오.

이 이미지의 아래쪽에 좁은 계곡이 있습니다. 그 계곡을 지나가면 저 아래 넓고 편평한 들판이 펼쳐집니다. 그 들판 양쪽으로 좀 높아지는 고원지대가 있고 더 나가면 높은 산이 있습니다. 높은 산을 돌아 가면 차가운 저 너머로 빠져나가는 계곡이 다시 등장합니다. 이 자그마하지만 아늑한 곳은 예, 그렇습니다. 고래의 시선으로 본 동해 바다입니다. 여기로 들어온 고래에게는 러시아도 일본도 한국도 없습니다. 대체로 고래의 등장과 동해의 형성은 거의 같은 시간대 2천만년전 후기 올리고세부터 마이오세까지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이 곳 동해는 고래종이 지구에 등장하면서부터 거의 동시에 이들을 품어준 서식지인거죠. 우리 현생인류가 고작 20만년 정도 전에 등장했는데 말이죠.

이 바다 밑 지도를 캡처하고 종종 들여다 봅니다. 이 지구에는 우리말고 다른 존재들도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우리 모두 그저 인간종일뿐입니다. 그동안 迪倫齋 에서 들려드린 이야기는 결국 모두 이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사는 이야기. 하늘도 올려보고 바다도 쳐다보고 옛일도 생각해보고 미래도 생각해보고. 그러면 이렇게 뜬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갈길이 보여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레전드 장포수전 - 한국 포경의 시작 by 迪倫

남극 바다로 가는 레이스의 끝에는 고래.를 올리고 한참 연말을 바삐 보내고 났더니, 여전히 세계는 바이러스의 아귀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만, 인류를 지금까지 비합리적이지만 번성하게 한 속성이 바로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 남은' 것에 대한 근거없지만 강력한 믿음 아니겠습니까. 올해는 바이러스로부터 벗어나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시간들이 될거라 굳게 믿으며 여러분들 모두 새해 복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던 이야기는 계속 되어야 하겠지요.

근대식 포경 즉 노르웨이식 방식이 시작되기 이전의 포경 방식은 실은 그렇게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고래를 발견하고 가까이 가서 작살을 찔러 힘을 뺀 다음 잡아올리는 것이죠. 여기서 '발견하고 가까이 가서 작살을 찔러'까지 과정이 근대식과 이전 양키방식이 크게 달라진 점입니다. 양키 포경선을 포함한 이전 방식은 고래를 발견하면 작은 캐칭보트에 선원들이 옮겨 타서 고래 가까이 노를 저어 가서 작살을 찌르거나 총으로 쏴 잡는 것이죠. 말이 이렇게 쉬운데 사실 생각해보면 장난이 아닌 작업입니다. 이 과정을 처리하기 위해 포경선에는 다른 어선과 다른 역할과 위계질서가 생겨납니다.

포경선도 외양선박이니 선장부터 항해서, 기관사, 갑판선원 등의 위계질서는 다른 배들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완전히 다른 자리가 있습니다. 일본의 표류선원 출신 포경선장 나카하마 만지로에 대한 얘기를 할 때 그가 "일반 선원에서 포경선에서 최고급 선원 중의 하나인 'boatsteerer'라고 하는 작살잡이 포수까지 올라가게 되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이 '보트스티어러' 혹은 '하푸너 harpooner'라고 하는 포지션은 포경선에만 있는 자리입니다.
이 사람들은 원래 양키 포경선에서 고래를 발견하면 내리는 작은 캐칭보트의 키를 잡습니다. 그런 다음 고래 가까이까지 이 보트를 몰고 간 다음 (그래서 보트 스티어러라고 합니다) 고래에게 첫 작살을 꽂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작살잡이 즉 하푸너라고도 합니다)

양키 포경선의 캐칭보트와 작살잡이의 모습입니다.

생각을 한번 해봅시다. 엄청난 파도가 몰아치는 망망대해에 선원들을 태운 쪽배를 저어 살아 펄덕이는 집채만한 고래의 눈을 피해 최대한 가까이 다가간 다음 고래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한방의 작살을 1미터 이상 깊이 꽂는 일을 해야한다고 말입니다. 근대 포경이 시작되고 난 후 대포로 작살을 쏘게 되면서 작살잡이는 포수가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한 제일선이라는 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근대 포경선의 캐칭보트 역시 고래에 비하면 조그만 일엽편주에 불과한데다가 포수는 여전히 뱃머리에서 고래와 일대일 대결을 해야 했습니다.

1928년의 근대식 포경 캐칭보트의 모습입니다. 포수는 오른쪽 선수에 장치된 포에 자리를 잡고 배를 이끕니다.

저는 원래 바닷가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주위에 선장, 항해사, 갑판 선원같은 뱃사람들이 적지않게 계셨습니다. 어쩌다 배에 오르는 기회가 생기면 배 안에서 선장의 위치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 부모님의 지인이셨던 선장분은 배가 잘못되었을때 다른 선원들을 피신시키고 배와 함께 돌아가신 분도 계십니다. 그런데 포경선에서는 선장이라도 이 작살잡이 또는 포수를 함부로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포수는 바다를 읽고 고래를 찾고 그 고래와 정면 승부를 제일차로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포수는 잡은 고래의 배당을 분배할 때도 선장급에 대항하는 배당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내용

남극 바다로 가는 레이스의 끝에는 고래. by 迪倫

捕鯨事, 그러니까 고래를 잡는 일에 대해.에서 그 사이 또 한참 늦어졌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1914 년 '셔해풍파'라는 신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신소설은 신소설 초기의 계몽사상이라든가 이후의 주 테마가 되었던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던 다른 신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작가는 개성 출신의 늘봄 이상춘이라는 국어학자인데, 주시경의 제자이면서, 한편 조선어학회에서 한글맞춤법 초안 작성위원, 조선어사전 편찬위원회 준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어 문법의 품사 체계를 정리하는데 주력하였던 한글학자입니다. 아무튼 그런 분이 1914 년에 신소설을 발표했는데 이게 내용이 뜬금없는 액션 어드벤처 해양 과학물입니다.

대대로 서해바다에서 어부로 살아오면서 할아버지 아버지를 바다에 잃은 리해운과 리해동 형제가 넓은 바다를 보고 싶어 배를 띄었다 풍파를 만나 조난을 당해 서로 생사를 모르도록 헤어지게 되었는데, 형 해운은 다시 해적을 만나 두 번이나 죽을 뻔하다 육지로 돌아와 동생이 그만 죽은 줄만 알고 실성하여 지내다, 우연히 물에 빠진 황해감사 아들을 구해주고 그제서야 자신도 정신이 돌아왔는데, 그 사이 동생 해동 역시 형이 죽은 줄 알고 시름에 빠져 전국을 주유하다 원산에 들어온 화륜선에 매료되어 이렇게된 바에야 조선술을 배우자 하고 일본으로 건너가고, 제국대학 조선과에 들어가려 일본어부터 배우며 진력하고 있었는데, 이런 조선인이 있더라는 소식이 마침 서울에 올라온 형에게 전해지었으니, 동생이 살아있음을 알게 된 해운은 오매불망 동생을 만나러 일본으로 건너가지만 그 사이 엇갈린 동생 해동은 제국대학에 연거푸 실패하여 차라리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마침내 워싱턴 대학에서 그토록 바라던 조선술을 배우게 되었으니, 뒤이어 일본에서 동생이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것을 알게된 해운은 그를 찾아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갔다가, 지인들의 도움으로 '에이, 삐, 씨, 띠'부터 배우기 시작하여 원하던 샌프란시스코 대학에서 항해술을 배우는데, 우여곡절을 뒤로 하고 그리하여 마침내 결국 서로 만나게 된 형제는 각각 공부를 마치고 함께 남극 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탐험을 나서고 이들이 남극대륙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소설은 끝을 맺습니다. (신소설풍으로 한 문장으로 요약하여 보았습니다)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입니다. 오른쪽 세째 줄부터 현대 한국어로 옮겨보겠습니다. "형제 두 사람이 남극탐험할 일을 확정한 후에 먼저 모리슨 박사를 만나 남극 탐험의 이해와 자기들의 결의함을 말하니 모리슨씨가 또한 동의를 표하여 해운 형제가 하자는 대로 남극 탐험에 진력하더라. 해운 형제는 모리슨씨와 더불어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재정을 모집하여 샹항(홍콩)에서 출발하였는데, 해운의 남극탐험 하는 일이 구미 각국 신문 신문마다 기재되었더니 하루는 신문에 남극 탐험가 리해운 리해동 모리슨 세명이 남태평양 이름없는 작은 섬을 발견했다고하고 또 어느 날의 신문에는 남극 탐험가 리해운 리해동 모리슨씨가 남극에 대륙을 발견하였다 하더라."

그러니까 1914년에 왜 뜬금없이 이들은 남극해로 가자는 것이었을까요?

이어지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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